유동성 장세의 승자들, 다시 옥석을 가릴 시기

연초 이후 글로벌 및 국내 주식시장을 정의하는 한 단어가 있다. 바로 '유동성 장세'다.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몰리고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지수가 상승하는 국면을 말한다. 국내외 주식시장으로 돈이 몰리는 배경에는 유가 급락에 의한 물가 하락 압력, 이에 대응하기 위한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돈풀기 정책이 자리잡고 있다.

글로벌 유동성 장세를 이끄는 나라는 유럽과 중국이다. 유럽증시로 돈이 몰리는 배경에는 1조가 넘는 규모의 중앙은행 자산매입 정책이 있고, 중국 증시가 오랜만에 활황을 보이는 배경에는 기준금리와 지준율 인하, 후강통 등의 재료가 자리잡고 있다.

유럽의 돈풀기는 이제 시작되됐고, 중국도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과 선강통 등 진행중인 재료가 있기 때문에 이 두 지역에 대해 여전히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전문가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러나 정책이라는 잣대를 잠시 젚어 두고 부채와 소비라는 새로운 잣대를 대어보면 판단은 조금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저유가와 저금리의 환경은 동일하게 주어졌지만 결국 유럽이든 중국이든 소비와 투자 확대로 연결 고리 형성이 필요하다. 소비와 투자의 확대는 곧 부채의 확대와 동일어다. 민간의 부채 부담이 덜하고, 부채를 일으켰을 때 얻을 수 있는 효용이 더 커야 부채 확대가 원활해질 것이다.

이 점에서 유럽과 중국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유럽은 2010년부터 국가부채 문제가 터진 이후 국가든 민간이든 부채를 감축하는 국면에 서 있다. 반면 중국은 지방정부 부채 문제가 있으나 민간의 부채 부담은 크지 않다. 여기에 중국은 자국이나 아시아 인프라투자, 소비 확대 등의 기회가 부채 확대를 통해 효용을 늘릴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은 나라다. 유럽은 이미 늙어버린 지역이지만, 중국은 여전히 더 클 수 있는 성장판을 가진 나라라고 할까. 현 주가 수준에서도 중국은 여전히 상승 여력이 있다고 보지만 유럽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이유다.

한국증시로 돌아와보자. 연초 우리 증시 또한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유동성 장세의 성격을 띠고 있다. 개인의 간접투자 자금은 최근 다시 빠져나가고 있지만 글로벌 유동성 확대에 따른 해외자금과 장기투자자금이 증시 활성화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한국 유동성 장세의 승자는 제약바이오주, 여행주, 화장품주, 증권주, 건설주다. 수출주나 대형주에 대해 여전히 의심을 가지고 있는 자금들이 이쪽으로 몰리고 있다. 앞선 세 업종은 해외 수요에 대한 모멘텀이 있고, 증권과 건설은 국내 자산시장 관련주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먼저 해외 수요 모멘텀을 가진 업종들 중에서는 제약바이오주의 주가가 부담스러워 보인다. 이들은 여행이나 화장품주와 달리 실적 상승 흐름이 동반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가가 너무 앞서갔다. 자산시장 관련주에서 증권은 거래대금이, 건설은 분양가가 중요하다. 증권의 경우 작년 일평균 5조원대에 머물던 거래대금이 금년 들어 7조대원로 접어들며 확실한 실적 개선 신호를 주고 있지만, 건설은 분양가 상승 및 청약 성공 여부가 미지수라는 점이 불확실성으로 남아있다.

유동성 파티를 먼저 경험했던 미국과 인도도 주가가 많이 오르고 실적 개선 흐름이 더뎌지자 연초 들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유동성 파티는 언젠가 끝나게 마련이고 경기와 실적 개선이 없는 주가 상승은 지속되기 힘들다. 최근 성과에 도취되기보다, 옥석을 가려 가져갈 것과 덜어낼 것을 분류해 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