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옆 카페·쇼룸 '속속'…'회색도시' 성수동의 변신

@머니투데이 김지영 디자이너

구두공장과 자동차정비소에서 나오는 가죽·기름냄새에 얼굴이 찌푸려지다가도 느낌 있는 카페나 공방, 쇼룸에 한눈을 팔게 되는 곳. '회색도시'라는 오명을 가졌던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풍경이다.

성수동1가 W공인중개소 대표는 "예전엔 공장만 많아서 도시가 우중충했는데 요즘엔 카페나 특정 건물이 유명해지면서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상권이 형성되는 초기단계여서 임대료가 싸고 권리금이 없어 가게를 구하려는 사람이 많다"고 설명했다.


지하철 2호선 성수역 3번 출구에서 나와 우회전하면 공장 옆 카페, 공장 옆 쇼룸이란 낯선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과거 공업지대였던 이곳은 최근 개성 있는 카페나 지역 특성에 맞춘 행사장 등이 알려지면서 상권도 급부상하고 있다.

서울 성동구 성수역 인근 대림창고/사진=진경진 기자

서울 성동구 성수역 인근 카페 전경/사진=진경진 기자

대표적인 게 대림창고다. 1970년 초 정미소로 사용된 대림창고는 1990년부터 공장 부자재창고 등으로 사용됐다. 최근에는 젊은 예술가들이 예술행사와 콘서트, 패션쇼 등을 열면서 유명세를 탔다. 인근에 Z카페도 유명하다.

1층에 커피숍이 있는 해당 건물은 원래 인쇄공장이었다. 카페뿐 아니라 구두나 의류브랜드 행사, 예술강연 장소로도 활용돼 예술가들에게는 이미 널리 알려진 곳이다. 골목 안쪽에도 주택을 개조한 공방이나 쇼룸, 음식점 등이 자리잡아 소비자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아직까지 상가보다는 공장이나 자동차수리점이 더 많아 '회색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한 만큼 임대료는 저렴한 편이다. 이 지역 중개업계에 따르면 성수동1가 대로변에 있는 1·2층짜리 커피숍은 실면적 145㎡로 보증금은 2년 전보다 1500만원가량 오른 4000만원이고 월임대료는 300만원 수준이다. 권리금은 없다.

서울 성동구 성수역 인근 카페 전경/사진=진경진 기자

서울숲 인근 성수동2가도 마찬가지다. 지하철 분당선 서울숲역 4번 출구를 따라 걷다보면 대로변과 이면도로가 나오는데 갈비골목이 있는 안쪽에 카페와 음식점들이 들어서고 있다. 평일에는 주로 '갤러리아 포레' 주민들과 인근 회사원들이 이용하고 주말엔 서울숲을 찾은 방문객이 많아 배후수요는 충분하다는 게 이곳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이다.

M공인중개소 대표는 "요즘 여기 상가를 찾는 손님이 꽤 된다. 상가 자체가 적고 건물주가 상가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 매물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 지역 일대는 3.3㎡당 보증금 100만원에 월임대료 10만원 수준인데 앞으로 상권이 활발해지면 2배 정도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도 성수역과 서울숲역 인근 상권은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신동성 원빌딩부동산중개 팀장은 "임차인이 진입할 수 있는 벽은 아직 낮다. 상권이 알려지기 시작한 후 지금까지 1500만~2000만원 정도 임대료가 올랐을 뿐"이라며 "강남, 홍대, 이태원 등 뜨는 상권들에 비해 훨씬 저렴하고 권리금이 없어 찾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다만 이 지역 상권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 지역 W공인중개소 대표는 "대다수 상가가 가로수길이나 홍대와 달리 인근 직장인이나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다"며 "앞으로도 급격한 상권 변화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