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 가벼워진 대형주의 상한가 행진…이유는

코스피지수가 두터운 매물벽으로 꼽혔던 2100선을 돌파하면서 대형주들의 상승탄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급속히 유입되는 외국인 매수자금을 토대로 그간 크게 오르지 못했던 대형주 순환매가 이뤄지는 중이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이날까지 코스피200지수 편입종목의 상한가 기록은 총 17회로 집계됐다.


과거 기록과 견줘볼 때 상한가 출현횟수가 상당하고, 단순 평균으로는 연말까지 총 58회가 가능하다는 게 거래소의 설명이다.

증시가 급등했던 시기에도 코스피200 종목이 상한가를 들어가는 일은 흔치 않았다. 현재 코스피200 편입종목을 기준으로 상한가 기록을 보면 △2009년 27회 △2010년 12회 △2011년 21회 △2012년 8회 △2013년 7회 △2014년 17회 등이었다. 최근 대형주들이 얼마나 탄력 있게 움직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코스피200 편입종목들의 시가총액과 거래대금을 생각하면 상한가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다"며 "10년 이상 상한가를 찍지 못하는 기업들이 수두룩한 배경"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수치에서 보듯 중소형주 못지않은 강세를 보이는 대형주들이 수두룩하다. 시가총액 3조원의 한미약품은 올 들어 4번이나 상한가를 기록했고 호텔신라는 이달 13일 7년반 만에 상한가를 찍었다. 삼성엔지니어링 역시 2008년11월 이후 올해 1월 처음으로 상한가에 올랐다.

이 밖에 SK케미칼, OCI, 쌍용양회, 도레이케미칼, 엔씨소프트, 한솔테크닉스, 카프로, 베이직하우스, 에이블씨엔씨, 크라운제과, 동아에스티 등이 올해 상한가를 기록한 종목들이다. 동아에스티는 분할상장된 2013년 5월 이후 첫 상한가였다.

특히 15일 증시에는 와병중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용태가 악화됐다는 뜬소문이 돌았는데, 이로 인해 시가총액이 20조원이 넘는 제일모직이 상한가를 가는 현상까지 발생했다.

삼성그룹이 이를 부인하는 공식입장을 내놓은 후 상한가가 풀렸으나 제일모직은 전날보다 10% 가까이 오른 15만4500원에 마감했다. 이 밖에 삼성에스디에스와 삼성물산 등도 장중 10% 넘게 상승하기도 했다.

중소형주들의 주가가 루머에 따라 출렁이는 경우는 적지 않으나, 시가총액 10위권을 오가는 기업들까지 이런 모습을 보인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는 게 증권업계의 반응이다.

대형주들의 '엉덩이'가 가벼워진 까닭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일단 수급적인 측면에서 부담이 크게 줄었다는 점이 꼽힌다. 외국인을 중심으로 유입되는 매수세가 워낙 빠르게 이뤄지는데다, 예전과 달리 주가가 올라도 매물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시장상황이 워낙 좋다보니 주가가 일단 오르면 탄력을 받아 매수세가 더욱 몰리는 병목현상까지 나타난다"며 "차익매물이나 상승에 따른 경계매물도 쉽게 나오지 않는 상황이 대형주로도 확산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이런 현상은 강세장을 확신하는 투자자들의 심리가 무척 견고하다는 방증"이라며 "중소형주에 비해 대형주들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오르지 못했다는 가격메리트가 부상된 것도 배경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