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면세점 무조건 잡자"…유통 대기업 사활건 입찰 전쟁

서울 중구 소공동 본점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화장품을 고르고 있다./사진제공=롯데면세점

6월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을 앞두고 유통 대기업들의 경쟁이 뜨겁다. 경쟁사와 합작법인 설립, 비유통 중소기업과의 연합 등 합종연횡부터 대규모 투자선언까지 사활을 건 입찰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6월 입찰 진행 예정인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에 롯데·신라 등 선두업체를 비롯해 신세계, 한화갤러리아, SK네트웍스(워커힐) 등이 줄줄이 참여한다. 그동안 면세사업을 하지 않았던 현대백화점과 현대산업개발 등 유통 대기업도 출사표를 던졌다.


◇"뭉치면 산다(?)" 합종연횡 작전 vs "전략사업으로 키운다" 투자 약속=합종연횡 카드를 먼저 꺼내든 건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이다. 면세점 2위 호텔신라와 탁월한 입지를 보유한 현대산업개발은 최근 공동출자를 통해 'HDC신라면세점'을 설립, 용산에 국내 최대 규모 면세점을 세운다는 구상을 공개했다.

현대백화점은 유통 경쟁사가 아닌 모두투어와 손을 잡기로 했다. 해외 관광객 모집에 강점이 있는 여행사와 합작해 면세점 운영 경험이 없다는 약점을 보완한다는 전략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모두투어 외에 면세점 운영에 도움이 될 만한 중소.중견기업과 합작을 검토하고 있다"며 "다음달초쯤 컨소시엄 업체와 지분율을 확정해 법인을 설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는 백화점 자회사로 면세점 독립법인 '신세계디에프'를 설립하고 면세사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투자계획을 공개했다. 연 3조5000억원 규모의 그룹 투자를 면세사업에 우선 투입한다는 전략이다. 다른 기업과 컨소시엄 구성없이 단독으로 시내면세점 입찰에 참여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대신 그룹 내 백화점·대형마트·프리미엄 아울렛 등 유통 계열사,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패션 계열사와의 협업구조를 만들 계획이다.


업계 최강 롯데도 단독 입찰에 나선다. 롯데가 서울 시내면세점 6곳 중 3곳을 운영중 인 만큼 6월 입찰에 빠질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기존 특허권이 12월 만료되는 만큼 입찰 참여 쪽으로 선회했다. 2013년 관세법 개정 이전에는 재승인 형식으로 기존 특허권을 연장했지만 현재는 5년마다 공개입찰을 통해 특허권을 확보해야 한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12월 만료되는 특허권을 지킨다는 보장이 없어 6월 입찰에 도전하기로 했다"며 "35년 면세점 운영 노하우를 보유한 만큼 단독 입찰해도 심사기준에 가장 부합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입지선정 전략도 엇갈려…시내면세점에 사활건 이유는=관세청이 이달 초 공개한 서울 시내면세점 심사평가 기준은 △관리역량(250점) △지속가능성 및 재무건정성 등 경영능력(300점) △관광 인프라 등 주변 환경요소(150점) △중소기업 제품 판매 실적 등 경제·사회 발전 공헌도(150점) △기업이익 사회 환원 및 상생협력 노력(150점) 등이다. 유통 대기업의 경우 관리역량, 경영능력, 사회환원 등 평가에서는 대부분 합격점을 받을 전망이다.

결국 면세점 입지가 최종 결과를 가를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업체별 입지 전략은 일찌감치 사업장을 확정한 '소신파'와 복수 사업장을 놓고 검토하는 '신중파'로 나뉜다. HDC신라면세점과 현대백화점은 각각 용산 아이파크몰, 삼성동 무역센터점으로 면세점 입지를 낙점했다.

반면 신세계는 충무로 본점과 반포 강남점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롯데는 김포공항 롯데몰과 동대문 피트인 외에 신촌·이태원·신사동 가로수길 등을 면세점 입지로 검토하고 있다. 한화갤러리아는 여의도 63빌딩과 태평로 플라자호텔 별관·한화생명 빌딩 등을, SK네트웍스는 신촌·홍대·종로 등을 후보지로 검토 중이다.

유통 대기업들이 시내면세점 입찰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것은 불황에도 성장률이 높은 알짜 사업이기 때문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면세점 시장 규모는 8조3000억원으로 전년 6조8000억원 대비 22% 성장했다. 이 중 시내면세점 매출은 5조4000억원으로 30% 이상 증가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인천공항 면세점은 시내면세점에 비해 매출 규모가 작고 임대료도 비싸 이익을 내기 어렵다"며 "시내면세점은 수익성이 높아 성장이 정체된 백화점, 대형마트를 대체할 신성장동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