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새 이사장에 김철수 전 장관…두산 지배구조는 그대로

머니투데이

이정혁 기자

박용성 이사장이 이른바 '막말 논란'과 관련해 사퇴하고, 비상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여는 등 박 전 이사장의 법적책임과 이용구 총장의 사임을 촉구했다. 사진은 지난 22일 오후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학교 정문 모습.

김철수 전 상공자원부 장관이 중앙대 신임 이사장으로 선임됐지만 박용성 전 이사장의 영향력이나 두산그룹의 지배구조는 여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두산가(家)' 형제가 이사진에 포진돼 있는 데다 김 신임 이사장이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추대될 정도로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중앙대에 따르면 학교법인 중앙대학교는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김영삼정부 때 상공부 장관을 역임한 김 신임 이사장을 만장일치로 선임했다. 당초 30일로 예정된 이사회는 박 전 이사장의 이른바 '막말 파문'으로 인한 사퇴로 3일 앞당겨 열렸다.

검찰이 MB정부 시절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을 지낸 박범훈 전 중앙대 총장을 조만간 소환할 방침을 세우고, 박 전 이사장의 소환도 추진 중인 것에 비춰보면 김 신임 이사장은 이에 따른 동요하는 분위기 진정 등 내부 결속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김 신임 이사장은 선임 직후 "중요한 시기에 이사장직을 맡게 되어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면학분위기를 안정시켜서 지속적으로 학교발전을 도모할 수 있도록 총장을 중심으로 교수와 학생, 교직원이 단합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새 이사장 출범과 상관없이 사실상 박 전 이사장 체제의 연장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무엇보다 이사진 절반이 '친(親)두산' 인사로 구성돼 있어 대학 경영은 물론, 인사권까지 행사할 수 있어서다.

현재 중앙대 이사는 총 9명이다. 박 전 이사장은 두산중공업회장 등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으나 동생인 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과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이사직을 그대로 유지한다.

또 이사진이 임명한 현 중앙대 이용구 총장과 조남석 두산엔진 부사장(두산엔진 전무), 이병수 두산기계 사장 등 총 5명이 직간접적으로 두산그룹에서 내세운 인사다.

이에 따라 이사회 구성이 일부 바뀌지 않는 이상 박 전 이사장이 추진하던 각종 구조조정 기조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특히 중앙대 일각에서는 김 신임 이사장이 박 전 이사장의 이런 복심을 읽어 세종대 총장 경험을 살려 대학개혁을 이어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중앙대의 한 교수는 "박 전 이사장 사퇴가 학사구조 개편 중단 등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두산그룹의 지배가 여전해 당장 급격한 변화는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