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KTX 용산-나주 2시간 "점심에 나주곰탕 먹으러 갈까?"

하얀집 나주곰탕/사진=이지혜 기자

오전 8시53분 용산역을 출발한 호남선 KTX509열차가 나주역에 오전 10시51분에 도착했다. 마산행과 여수행 열차를 연결해 익산까지 운행한 후 분리하느라 8분을 할애했지만 1시간58분만에 용산-나주를 이동할 수 있었다. 호남선 KTX가 지난달 개통된 이후 종전보다 1시간10분이 단축됐다.

나주가 전남 기차여행의 거점 지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나주는 KTX가 상하행 각 12회씩 총 24회 정차한다. 이전까지 나주역은 주말 1일 이용객수가 1200명 수준으로 다른 광주송정, 정읍 등과 비교하면 30~40%에 불과했다.


호남선 KTX 개통 후에는 주말 1일 이용객이 67% 늘어난 2000명이 됐다. 전남의 주요 도시로는 광주, 목포, 여수, 순천을 떠올리지만, 전문가들은 지리적으로 이들 중간에 위치한 나주시를 통해 함평, 무안, 강진, 보성, 진도, 완도 등을 방문하는 것이 비용으로나 시간적으로 유리하다고 추천하고 있다.

박석민 나주역장은 "호남선 KTX 개통을 앞두고 가장 먼저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이 KTX역이 있는 지역자치단체가 아니라 강진이었다"며 "나주시도 이달부터 처음으로 시티투어 버스 운영을 시작했고 지자체들의 관광활성화에 대한 기대가 높다"고 말했다.

영산포홍어 '삼합'/사진=이지혜 기자

◇나주곰탕 만큼 ‘영산포 홍어’도 유명한 나주
나주역에 도착하면 개찰구로 향하는 계단 상단에 걸린 대형 플래카드가 사람들을 맞이한다. ‘남도진미 나주곰탕·영산포홍어의 깊은 맛을 느끼세요!’ 나주곰탕은 지역명이 붙어있기도 해 친숙하지만 홍어하면 흑산도와 목포가 유명하다보니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극할 만하다.


영산포는 나주를 관통하는 영산강에 위치한 과거 호남 최대 포구였다. 서해에서 잡은 해산물과 남도 평야에서 거둔 곡식이 이곳으로 모여들었다가 다시 한양(서울)으로 보내졌다. 영산포에 모여든 것은 물류만이 아니었다. 왜구의 잦은 침입에 시달리다 뭍으로 피신해 온 흑산도 주민이 찾은 곳이 바로 영산포였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흑산도에서 실은 생선 가운데 며칠 동안 배에서 자연발효된 것이 삭힌 홍어다.

영산포구가 있던 자리에는 관광객들을 위한 황포돛배 유람선 선착장이 생겼다. 그 앞으로 홍어요리 전문식당 및 도매상 40여 곳이 들어와 ‘나주 홍어 거리’가 됐다. 삭힌 홍어와 묵은지, 돼지수육을 함께 싸서 먹는 '삼합' 뿐 아니라, 튀김, 애탕, 무침, 찜 등 다양한 방식으로 만든 홍어요리를 즐길 수 있다. 현지인들이 추천하는 맛집은 '영산포홍어'로, 정식은 1인 2만원이다.

영산포 황포돛배/사진=이지혜 기자

나주의 또 다른 명물인 ‘나주곰탕 거리’는 나주 금성관 앞에 위치한다. 곰탕은 설렁탕처럼 국물이 뽀얗지만, 나주곰탕은 갈비탕처럼 투명한 것이 특징이다. 양지, 사태, 소머리 등을 넣고 끓여가며 수시로 기름을 걷어내 맛이 개운하고 담백하다. 가장 유명한 식당은 하얀집과 한옥집이다. 가격은 8000원.

나주곰탕만 먹고 가는 이들이 많은데 짬을 내어 나주 금성관을 산책해도 좋다. 나주는 1896년 광주에 도청이 생기기 전까지 전남의 정치, 행정, 경제 중심지였다. 나주 금성관은 조선 시대에 관찰사가 관할 업무를 보고, 중앙 사신이 오면 묵던 곳이다.

기차로 나주여행을 한다면, 매주 토요일 운영되는 나주시티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좋다. 나주역에서 오전 11시에 출발하고, 나주읍성, 나주곰탕거리, 황포돛배, 천연염색문화관, 국립나주박물관 등을 돌아본다. 나주역에서 마치는 시간은 오후 6시35분이다. 이용료는 황포돛배 탑승권을 포함해 1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