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돌린 박삼구 회장, '소멸 안되는' 우선매수권 쥘까

사진=이동훈 기자

금호산업 (4,180원 ▼15 -0.36%) 매각 본입찰이 유찰되면서 그룹 재건에 나선 박삼구(사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한숨을 돌렸다. 채권단이 곧 박 회장 측과 수의계약을 진행할 것이 유력해지면서 박 회장은 '소멸되지 않는' 우선매수청구권(이하 우선매수권)을 쥐게 될 것으로 보인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오는 5월 5일 이후 채권단 운영위원회를 소집해 금호산업 매각 본입찰 최종 유찰 및 재입찰 여부 등에 관한 재논의에 들어간다. 당초 연휴인 5일 이후 곧바로 회의가 소집될 것이란 관측이 높았으나 채권단 일정 등을 감안해 이달 중순경 회의가 열릴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채권단은 재입찰 보다는 금호산업을 되찾겠다는 의지가 강한 박 회장과 수의계약을 진행하는 쪽으로 의견이 기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본입찰 결과 뚜렷한 인수의향자가 없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재입찰 결정은 매각 장기화만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채권단 운영위원회에서 박 회장과 수의계약을 결정하면 박 회장은 소멸되지 않는 우선매수권을 쥐게 된다. 우선매수권은 자산 소유자가 자산을 제3자에게 매도하기 전에 같은 조건으로 먼저 매수할 수 있는 권리다. 박 회장은 2010년 금호그룹 워크아웃 사태 이후 사재 3300억원을 들여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유상증자에 참여한 대가로 '50%+1주'의 우선매수권을 보장 받았다.

즉 채권단이 갖고 있는 금호산업 지분 57.5%(약 1955만주) 중 50%+1주를 우선매각협상자와 같은 조건에 매수할 수 있는데, 통상 포기하면 권리는 사라진다.


하지만 박 회장의 경우, 우선협상대상자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수의계약을 진행하게 되면 채권단과 가격 협상이 결렬돼도 우선매수권이 사라지지 않는다. 채권단이 경쟁 입찰로 전환을 결정하지 않는 한 가격이 안 맞더라도 여러 차례 조정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단, 가격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을 시 채권단이 최종 행사 가격을 박 회장 측에 통보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6개월간 박 회장의 우선매수권이 사라진다. 채권단이 이 기간 다른 인수의향자와 협상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가격은 복수의 회계 법인이 기업 가치와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추산해 산정하며, 채권단에서는 8000억~1조원 안팎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일단 본입찰 결과 경쟁자 없는 것을 확인한 것이 가장 큰 소득이고, 우선매수권 행사에 셈법이 복잡해 질 필요가 없어진 것도 박 회장 측에는 유리한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