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길 SK이노 사장 "새 도약…기업가치 30조원대로 키울 것"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

"수익·사업구조 혁신 등을 통해 당면한 위기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Good Crisis)로 만들 계획입니다"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은 28일 서울 종로구 SK이노베이션 본사에서 취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재 11조원인 기업 가치를 2018년까지 30조원대로 키우고 글로벌 톱 30위 에너지 기업으로 성장시킬 것"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구조적 혁신'을 통해 석유·화학사업의 구조적 위기를 돌파하고, 글로벌 파트너십 기반의 성장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구체적인 방안도 밝혔다.

정철길 사장은 현 경영환경을 '구조적 위기'로 진단했다. 중국·유럽 등 주요 시장의 저성장에 따른 수요 감소, 셰일 혁명과 글로벌 설비 증설에 따른 공급 과잉으로 수출형 사업구조인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생존 위기에 내몰렸다는 것이다.

정 사장은 "과거와 다른 방식의 고민과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가치(Value) 중심 경영'을 위기극복 해법으로 제시했다. 이는 수익·사업구조 등의 혁신으로 투입 비용은 최소화하면서 고객들이 경험하는 가치는 극대화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 사장은 1분기 흑자전환 등 최근 실적개선 흐름에 대해 "글로벌 공급과잉 구조 등 펀더멘털은 변한 게 없는 만큼, 실적 호조는 잠깐 왔다가는 '알래스카의 여름' 같은 것일 수 있다"고 낙관론을 경계하고 "앞으로 다시 도래할 '겨울폭풍'에 대비해 올해가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생각하고 만반의 준비를 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정 사장은 이어 "당분간 성장 여력을 키운 뒤 투자를 하는 '안정 속 성장' 기조를 이어가겠지만, 필요하면 과감한 선제적 투자를 단행할 방침"이라며 "'가치(Value) 경영' 기반의 부단한 혁신 노력을 통해 현재 국내 시가총액 25위인 기업가치를 2018년까지 3위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했다.

정 사장이 제시한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 SK이노베이션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회사의 생존이 가능한 수익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정유 부문은 원유도입 다각화 등 비용 절감 노력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석유개발 부문은 생산성을 높여 수익기반을 강화할 계획이다. 화학·윤활유 부문도 자체 기술로 개발한 넥슬렌(고부가 폴리에틸렌), 프리미엄 윤활기유(Yubase++) 등과 같은 기술 기반의 프리미엄 제품 생산을 확대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은 사업별 구조 혁신을 통해 글로벌 신성장 모델도 구축할 계획이다.

E&P(Exploration & Production, 석유개발) 부문은 지난해 인수한 오클라호마, 텍사스 소재 셰일광구를 인근 지역으로 확장하는 등 북미 기반의 자원개발 전문회사로 진화한다는 'U.S. 인사이더(Insider)' 전략을 수립했다.

화학부문은 기존 중국 중심의 성장전략인 '차이나 인사이더(China Insider)' 전략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중국 최대 국영석유회사 시노펙과 손잡고 설립한 중한석화(중국 우한 소재)처럼 성공적인 합작 모델을 계속 만들기로 하고, 중국 내 파트너들과 협력방안을 협의 중이다.

석유사업 부문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등 주요 산유국과 파트너십을 강화해 안정적 원유도입 기반을 다지기로 했다. 역내 주요 석유제품 수입국들과의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수출판로를 확대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이다. 윤활유 부문 역시 추가로 글로벌 파트너를 발굴해 합작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배터리 부문의 경우 지속적으로 원가 경쟁력을 제고하는 한편, 차세대 셀(Cell) 기술을 확보해 안정적 생존 기반과 성장 기회를 확보하기로 했다. 중국 베이징자동차·베이징전공과 합작해 세운 '베이징 BESK 테클놀러지'를 활용해 중국 내 배터리 사업도 강화할 방침이다.

SK이노베이션은 안정적 재무구조 확보, 지속적 성장 투자 등을 통해 '안정 속 성장'을 꾀할 방침이다. 올 1분기 말 현재 6조8000억원인 순차입금 규모를 지속적으로 줄이고, 자회사 상장이나 비핵심 자산 매각 등으로 자산 유동화를 추진키로 했다. 이를 통해 확보된 재원은 M&A(인수합병), 합작사업 투자 등 사업구조 혁신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인적구조와 조직구조 혁신에도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인적구조 혁신은 구성원의 글로벌 역량과 전문성 등을 제고하는 형태로, 조직구조 혁신은 내부 소통과 '일과 싸워 이기는 조직문화(Winning Culture)' 등을 강화하는 형태로 각각 추진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