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위안화 입장차 "결국 中 자본시장 완전개방이 핵심"

중국 인민은행 저우샤오촨 총재가 현재 위안화 환율은 합리적 수준이라고 공개 발언했다. 이는 위안화가 여전히 달러에 비해 크게 저평가 돼 있다고 보는 미국 측 입장과는 상반된 견해여서 주목된다. 환율을 둘러싼 양국의 첨예한 입장차는 중국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 중인 위안화의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편입에도 미묘한 기류를 형성할 전망이다.

24일 중국 신랑망은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고 있는 제7차 미중전략경제대화에 참석한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총재가 2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인민폐 환율은 합리적 수준에 위치해 있다”는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저우 총재의 발언은 미중전략경제대화의 핵심 주제 중 하나인 위안화 환율과 자유태환(자유롭게 다른 통화로 교환할 수 있는 화폐 제도)에 대한 중국 측 입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마디로 위안화 환율은 시장 원리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지 미국 측 생각대로 인위적인 정부 개입은 없다는 주장이다.

저우 총재가 이날 “중국 경상수지 흑자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에서 2% 수준으로 낮아졌다”고 말한 것도 위안화를 일부러 낮게 가져가 중국 정부가 자국 수출을 촉진하고 있다는 지적을 의식한 셈이다.

하지만 미국은 여전히 위안화 환율에 불만이 많다. 미국 재무부 장관 제이콥 루는 지난 5월 중국을 방문해 중국 위안화 평가절상을 재차 요구했다. 미국은 특히 중국과의 무역에서 미국이 대규모 적자를 보는 것은 위안화 환율이 인위적으로 조정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양국의 이 같은 입장차는 당장 11월 열리는 IMF 회의에서 SDR 통화 바스켓에 위안화가 편입될 수 있을지를 불투명하게 한다. 현재 SDR 통화 바스켓에는 4개국(달러, 유로, 엔, 파운드) 화폐만이 포함돼 있는데 중국은 여기에 위안화를 편입시켜 위안화를 세계 기축통화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칼자루는 미국이 쥐고 있다. 미국은 IMF 지분율이 17%다. 회원국 85%가 찬성해야 하는 SDR 편입에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위안화 편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국은 중국이 환율 정책을 정말 시장 자율에 맡기고 있는지, IMF의 자유태환 원칙에 위안화가 부합한 지를 시간을 갖고 관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위안화 환율이 급등락을 보일 때 중국 당국이 환율 관리에 나서지 않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만약 미국이 위안화의 SDR 편입을 허용해준다면 중국은 이에 상응하는 상당한 요구들을 들어줘야 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위안화 환율과 SDR 편입을 둘러싼 양국의 신경전은 궁극적으로는 중국 자본시장의 완전 개방 문제와 연결돼 있다. 제이콥 루 장관은 이미 수차례 “중국이 위안화를 글로벌 통화로 만들고 싶다면 자본계정 자유화와 시장 중심의 위안화 환율 운영, 금융 규제 완화 같은 근본 조치들을 끝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중국 안방 경제에는 자물쇠를 채워둔 채 위안화만 SDR에 편입시켜 국제경제에서 위안화 위상을 높이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통해 자본시장을 완전 개방한 국가들의 수난을 지켜본 중국은 극도로 신중한 모습이다. 중국 정부는 특히 무분별한 자본시장 개방과 규제 완화는 언제라도 중국 금융위기를 부를 수 있다는 시각이다.

저우 총재가 지난 4월 IMF 측에 “중국이 추진하는 자본수지 태환은 전통적인 통화 자유화에 근거하지 않는다”며 “금융위기를 교훈 삼아 (중국 특유의) 관리 태환방식을 채용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의미심장하다.

어설프게 환율을 내버려두거나 규제를 풀어 자본시장을 개방했다가는 중국 경제가 투기자본의 먹잇감이 될 수 있고, 급기야 이전까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위기에 빠질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 세계 경제 주도권을 놓고 미국에 대한 중국의 도전은 이미 현재진행형”이라며 “당장 11월 SDR 위안화 편입에 미국이 어떻게 대응할 지 주목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