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로 지친 소상공인, 지원금 기다리다 '녹다운'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정부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인한 극심한 내수침체 속에 경영난을 겪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각종 긴급 자금지원 방안을 쏟아냈으나 대출 전 심사과정만 한 달 넘게 걸려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1일 정부에 따르면 메르스 여파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금융지원은 정부 융자와 보증지원 및 은행권의 대출 만기연장 등을 포함해 총 8개로 지원규모는 1조295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실제 집행된 자금은 미미하다. 주로 금융권의 직접 지원보다 공공기관의 신용보증을 통해 자금을 집행하기 때문에 보증서 발급을 받는데 따른 심사 과정을 거쳐야 해서다. 특히 소상공인의 수요가 급격히 몰리고 있어 서류를 접수하고 보증심사를 받기까지 1개월 넘게 걸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원 규모가 가장 큰 '지역신보 특례보증'의 경우 메르스 영향으로 경영난에 빠진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업체당 5000만원 한도로 업종과 신용등급에 상관없이 총 1조원의 보증을 지원하고 있다.

각 지역 신용보증재단은 신청서를 접수 받고 적격여부를 살핀 뒤 심사를 거쳐 보증서를 발급, 금융기관의 대출을 통해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달 17일부터 신청을 받기 시작했는데 현재까지 지원된 자금은 413억원에 그친다.

중기청 관계자는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기 위해 신청이 몰리고 있는 곳에 신용보증재단 중앙회 인력을 파견하고 지역 재단의 직원들을 재배치하고 있다"며 "하지만 신청건수가 워낙 많아 보증서 발급 심사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는데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다른 곳도 상황은 비슷하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메르스 피해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지역신보의 신용보증서 발급을 통해 총 1000억원 규모로 지원하고 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을 통해 메르스 환자 발생으로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10% 이상 감소한 병원을 대상으로 한 저리의 경영안정자금 융자를 200억원 규모로 실시하고 있고 새마을금고는 전통시장 상인과 영세 슈퍼마켓을 대상으로 신용대출보다 평균 2%포인트 낮은 금리를 적용해 500억원의 자금을 배정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장기 불황 속에 현금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은 상황에서 메르스 이후 폐업 위기까지 몰리고 있는 곳이 적지 않아 자금지원이 급박한 상황"이라며 "긴급자금의 성격상 적기에 공급되지 못하면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