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우리銀, 적절한 매수자 없으면 매각 시기 늦출수도"

/사진=임성균 기자

임종룡 금융위원장(사진)이 우리은행 매각에 대해 "적절한 매수자가 없으면 시기를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나·외환은행 통합에 대해서는 "예비인가 신청을 받겠지만 노사 합의 문제를 중점적으로 보겠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1일 금융개혁 추진 100일을 맞아 서울 세종대로 금융위원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공적자금관리위원회와 협의해 우리은행 매각 방안에 대해 이달 중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 매각을 위해 금융당국과 공자위는 지난 5월부터 시장수요를 파악 중이며 수요에 맞춰 어떤 매각방식이 맞을지, 언제 추진할지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임 위원장은 "이광구 우리은행장과 여러 차례 만나 우리은행 가치 제고 방안에 대해 논의했고, 우리은행도 철저한 계획을 가지고 진행 중"이라면서 "우리은행이 매각된다면 민영화된 은행으로서 정부가 결코 경영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적정한 인수가가 없다면 우리은행 매각을 미룰 수도 있다는 뜻도 밝혔다. 임 위원장은 "은행법에서 정한 소유구조 테두리 안에서 매각을 진행하겠다"면서 "적절한 매수자가 없으면 매각시기를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중국 안방(安邦)보험의 동양생명 인수와 일본계 자금 오릭스의 현대증권 인수 등 외국계 자본의 국내 금융사 인수와 관련해선 "금융회사의 인수합병 과정에서 외국자본을 배척할 수는 없다"면서 "금융위가 살펴보는 대주주 적격성은 금융업을 할 수 있느냐 하는 건전성의 문제지 내국인이냐 외국인이냐의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간의 통합에 대해선 "하나금융이 예비인가 신청을 하면 접수할 것"이라면서도 노사합의를 강조했다. 그는 "노사 양측의 합의가 결여된다면 통합 자체가 무슨 의미를 갔겠느냐"며 "인가절차 진행과정에서 노사 간 합의 문제를 중요한 판단요인으로 충분히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올 1월 금융위원회에 예비인가 신청을 냈지만, 법원이 외환은행 노조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합병 절차가 중단되면서 일주일 만에 인가 신청을 철회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법원이 기존 판결을 뒤집고 하나금융 손을 들어주면서 합병 절차가 다시 시작됐다.

산업은행 등 정책 금융기관의 역할 재정립 방안도 하반기 중 내놓키로 했다. 그는 "정책 금융기관들은 민간에서 할 수 없는 것에 전문화하고 업무가 겹치지 않고 효율성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현재 진행 중인 태스크포스(TF) 결과를 바탕으로 정책금융기관의 역할을 재정립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100일 동안 실행한 금융개혁 관련 정책과 관련해선 "금융개혁의 진정성에 대해 현장과 신뢰를 형성하고 있지만 갈 길이 멀다"고 자평했다.

금융위가 금융권 최고경영자, 실무자, 학계 및 연구원, 언론인, 기업인 등 110명을 대상으로 전화설문조사 한 결과, 현재까지의 금융개혁에 대해 만족 83.6% 등 금융당국의 진정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금융개혁이 체감도 높게 진행된다고 응답한 비율은 41.8%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임 위원장은 "현장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금융당국부터 먼저 변하겠다는 자세로 변화와 혁신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했다"면서도 "시장이 체감하는 것은 부족했다는 판단에 앞으로는 금융개혁의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 수요자·현장 중심으로 속도감 있게 개혁과제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