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코스닥 9개월래 최대낙폭, 조정 지속될까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27일 증시에서 코스닥지수가 3% 이상 하락했다. 이날 낙폭은 지난해 10월중순 이후 9개월만에 최대치다. 코스피 낙폭은 0.35%에 그쳤다. 그간 코스닥은 대형주 위주의 코스피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매력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던 만큼 이날 큰 폭의 조정은 시장참가자들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날 코스닥 29개 업종 중 28개 업종이 하락마감했고 오락문화 업종 1개만 0.11%로 강보합권에 머물렀다. 제약업종지수가 5.58%로 낙폭이 가장 컸고 게임주들이 대거 편입돼 있는 디지털컨텐츠(-4.86%)를 비롯해 핀테크(금융·IT 융합서비스) 종목들이 속한 통신서비스 업종도 4% 이상 낙폭을 기록했다.

반면 올해 들어 이익부진 우려로 낙폭이 컸던 코스피의 자동차, 금융 등 섹터의 강세가 눈에 띄었다. KRX(한국거래소)가 분류하는 18개 섹터지수 중 자동차 섹터지수가 3.56%로 상승률이 가장 높았고 금융 섹터지수도 2.23% 상승했다. 조선, 운송 등 섹터도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증권가에서는 자동차, 금융 등 그간 부진한 섹터가 강세를 보인 반면 올해 줄곧 강세를 이어왔던 제약/바이오 등 코스닥의 약세에 대해 미국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 미국 2분기 GDP(국내총생산) 발표 등 굵직한 이벤트들을 앞두고 불확실성을 회피하려는 심리가 강해졌기 때문으로 평가한다.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안정성이 높은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김재홍 신영증권 자산전략팀장은 "자동차, 은행 등의 업종은 이익이 나지 않는다는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최근 주가하락으로 밸류에이션 매력이 상대적으로 올라와 있는 상태"라며 "글로벌 거시 이벤트를 앞두고 변동성을 피해가자는 차원에서 볼 때 이들 업종의 매력이 일시적으로 부각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변동성을 회피하는 차원에서 그간 상승률이 높았던 코스닥을 팔고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코스피 업종을 샀다는 얘기다.

원/달러환율의 상승세가 잠시 주춤해지면서 자동차 및 수출주 위주의 대형주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는 평가도 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환율은 전일 대비 0.9원 내린 1167.00원으로 마감했다.

여전히 3년1개월래 최고 수준이지만 사흘만에 상승행진에 제동이 걸렸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현 수준으로 원/달러 환율이 안정될 경우 그동안 환차손으로 인한 외국인의 코스피 이탈보다 수출 대형주의 실적개선 기대감이 더 살아날 수 있다는 얘기다.

오승훈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달러인덱스의 강세는 이미 멈췄고 이제 남은 것은 원화를 비롯한 신흥국 통화가 안정세를 보이는 것"이라며 "이번 주 중반을 기점으로 원/달러환율의 상승세가 멈추는 게 확인되면 자동차 등 수출대형주로의 매기(買氣) 이동이 좀 더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중소형주 위주의 코스닥에 비해 대형주 위주의 코스피의 강세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데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은 상황이다. 수급, 실적 등을 감안할 때 대형주 강세가 지속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신영증권의 김 팀장은 "이날 자동차, 은행을 중심으로 한 코스피의 상대적 강세는 고평가돼 있는 코스닥에서의 차익실현과 맞물린 일시적인 밸류에이션 플레이일 뿐"이라며 "수출대형주의 이익개선 스토리가 미흡한 상황에서 코스피가 장기적으로 유리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시장을 이끌고 갈 잠재력이 약하다는 얘기다.

코스피의 상대적 강세가 당분간 지속되더라도 코스닥 상승세와의 격차를 일정 수준으로 좁히는 데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대신증권의 오 팀장은 "지난해에도 코스닥 강세, 코스피 약세가 지속되다 11월에 코스피가 일시적으로 상대적 강세흐름을 나타낸 적이 있었다"며 "지난해처럼 코스피의 상대적 강세도 일정수준 진행된 후 멈출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약세장이 장기화될 경우에는 이미 많이 빠진 코스피에 비해 올들어 상승폭이 컸던 코스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는 않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중소형주나 대형주의 상대적인 매력과 관련한 논의는 시장이 강세흐름을 이어갈 때나 유효하다"며 "현재처럼 외국인이 신흥시장에서 추세적으로 이탈하는 상황이 장기화되면 상대적 매력을 찾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약세장이 추세적으로 진행될 경우 상승폭이 컸던 시장과 업종을 중심으로 변동성이 커지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라며 "현재의 코스닥 조정은 일시적 차익실현의 가능성이 높지만 실제 조정이 어느 정도 진행될 지는 사후적으로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