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사장→40대 노숙자→50대 상담가…'파란만장' 그는?

김태현(50) 두마음 행복연구소장/ 사진=윤준호 기자

30대 그는 월 매출 10억원의 잘 나가는 무역업체 대표였다. 40대 그는 배고픔에 음식물 쓰레기통을 뒤지는 노숙자였다. 50대 그는 전문 부부상담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김태현 두마음 행복연구소장(50)이다.

김 소장은 2006년 전남 여수 일대에서 노숙했다. 하지만 현재 김 소장은 시간당 강연료 100만원을 받는 '잘 나가는' 사람이다. 남들을 겪지 못한 실패와 노숙생활에서 얻은 경험 덕분이다.


◇월 매출 10억원 무역업체 대표에서 쓰레기 뒤지는 노숙자로
김 소장은 과거 부산에서 월 매출 10억원에 달하는 무역업체 대표였다. 아프리카를 오가며 도자기 원료와 유목을 떼다 팔아 한 달에 못해도 수천만원을 남겼다.

나락으로 떨어진 건 1997년 IMF 금융위기 때다. 사업확장 명목으로 빌렸던 대출이자가 나날이 커져 1년새 빚만 23억원으로 늘어났다. 곁에 있던 부인도 떠나갔다. 버티다 못한 김 소장은 결국 1998년 10월 남아있던 전 재산 500만원을 손에 쥔 채 야반도주했다.

야반도주 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다. 1억2000만원을 빚내 목욕탕을 지었지만 3년 만에 문을 닫았고 발목을 다치면서 유일한 생계인 막노동마저 접을 수 밖에 없었다.


돈이 바닥난 2006년 그는 결국 전남 여수역에서 노숙을 시작했다. 처음엔 갖고 있던 양복을 차려입고 자존심을 지켰다. 돈을 구걸할지언정 버린 음식에는 입도 대지 않았다. 하지만 양복이 헤져갈 때쯤 본인 역시 주변 노숙자와 별반 다르지 않음을 깨달았다.

김 소장은 "사흘 굶으니 저절로 음식물 쓰레기통에 손이 갔다"며 "자존심은 온데 간데 없었고 길바닥에 누워자고 만취 상태로 지내는 게 일상이었다"고 말했다.

◇서울역 노숙때 발견한 '재능'…3년간 500명 상담
2008년 봄 무궁화호에 무임승차해 서울역으로 왔다. 좀 더 '큰 물'에서 노숙생활을 했다. 그러다 그곳에서 숨겨진 재능을 발견했다. 바로 남의 이야기를 '잘 듣는' 능력이었다.

하루에만 수십명의 서울역 노숙자들이 김 소장을 찾아와 하소연했다. 소문이 나면서 말을 걸어오는 사람 역시 늘어났다. 노숙자들의 고충을 듣고 상처를 함께 나누면서 김 소장은 세상에 그들의 현실을 알리기로 결심했다.

다음 아고라에 '비즈링크'라는 아이디로 2008년 가을 첫 글을 올렸다. 호응은 대단했다. 하루 15만명이 그의 글을 읽었다. 팬클럽이 생겼고 그에게 상담을 받고자 서울역까지 찾아오는 사람도 적잖았다.

김 소장은 "상담 덕에 일이 잘 해결된 팬들은 감사의 표현으로 적게는 30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까지 사례했다"며 "그때 비로소 재기의 길이 보였다"고 밝혔다.

김 소장은 길바닥에 나앉은 지 5년 만인 2010년 노숙생활을 청산했다. 서울역에서 노숙하는 3년 동안 김 소장과 상담한 사람은 약 500명. 그중에는 다른 데선 터 놓고 말하기 어려운 부부문제를 물어보러 오는 이가 특히 많았다.

◇전문 부부상담가…"노숙자 클리닉 최종 목표"
그동안 쌓은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부부상담가로 변신했다. 2011년 부부문제를 전문하는 두마음 행복연구소를 차렸고, 지난해엔 남녀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담은 책 '아내 좀 나눠줘'를 냈다.

김 소장은 "좀 더 제대로 된 상담을 하고자 그때부터 진화심리학을 공부했다"며 "과거 장사 욕심에 젖어 있던 나를 잊고 진솔한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니 저절로 삶의 길이 열렸다"고 말했다.

그에게 노숙은 나락이면서 동시에 희망이었다. 자살의 문턱까지 갈 만큼 절망적이었지만 상담가로서 제2의 인생을 살도록 기회를 줬다.

김 소장은 "벼랑 끝에도 희망은 있었다"며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현재 내가 잘하는 일이 무엇인지 깨달을 때 시궁창 같은 현실도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담도 열심히 하고 책도 많이 팔아 노숙자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클리닉을 만드는 게 최종 목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