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잭팟 한미약품, 석달 세무조사에 속앓이

한미약품 (310,500원 ▲500 +0.16%)이 연이어 80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발표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내부적으론 국세청의 길어지는 세무조사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국세청이 추징금 부과 쪽에 무게를 두고 있어 회사 안팎의 우려가 크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지난 4월 이후 3개월째 부산지방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보통 세무조사가 2개월 안팎에서 끝나는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장기조사다. 부산국세청은 중간에 조사기간을 연장하며 세무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세무조사는 2011년 이후 4년 만에 이뤄진 정기조사지만 납세자의 장부 등 세금계산에 근거가 될 만한 자료들을 영치(압수)하는 등 고강도로 진행되고 있다.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국세청은 내부적으로 추징액 부과를 확정하고 금액 산정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업계에선 세무조사 추징액이 수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세당국의 세무조사는 대부분 마무리된 상태로 추징금 부과액에 대해 고심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미약품은 지난 28일 독일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과 총 7억3000만 달러(약 85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라이선스 아웃)을 발표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지난 3월 미국 일라이일리에 면역질환 치료제 기술을 6억9000만달러(약 8047억원)에 제공한 이후 두 번째 기술수출이어서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세무조사 결과가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까봐 걱정하는 모습이다.


한미약품이 특히 세무조사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이유는 최근 제약사들이 돌아가며 과세당국으로부터 추징금을 징수당해서다. 올해 들어서만 셀트리온제약 (89,900원 ▼800 -0.88%)(100억원), 유유제약 (4,635원 ▼60 -1.28%)(71억원), 안국약품 (7,550원 0.00%)(57억원) 등이 추징금을 부과 받았다.

제약사들이 큰 규모의 추징금을 부과받는 것은 국세청이 병원과 의사에 대한 리베이트 용도로 의심되는 제약사들의 상품권 매입을 집중적으로 조사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유가시장에 상장한 경보제약 (7,440원 ▼210 -2.75%)도 사용처가 불분명한 경비 소득 처분 쪽에서 문제가 발생해 지난해 143억원의 추징금을 부과 받았다. 경보제약 관계사인 종근당 (101,100원 ▲500 +0.50%)도 지난 5월부터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종근당 조사에는 ‘국세청 내 중수부’로 통하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투입됐다.

제약사들의 세금폭탄이 이어지자 업계에선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세수 확보차원에서 압박하는 측면이 강하다"며 "제약사들이 아직 성장단계로 영업이익을 크게 내고 있지 못하고 있는데 추징금이 너무 과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 최근 대규모 기술수출 계약을 발표한 한미약품도 영업이익은 크지 않다. 29일 발표한 2분기 영업이익은 2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1% 감소했다. 시장컨센서스(337억원)를 크게 밑도는 금액이다. 아직 R&D(기술개발)에 투자되는 금액이 크다는 게 한미약품의 설명이다. 한미약품은 이날 부진한 2분기 실적에 전일보다 18.35%(10만원) 하락한 44만5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추징금의 경우 일회성 비용이긴 하지만 손익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며 "아직 영업이익이 본격적으로 오르고 있지 않은 가운데 수백억원의 추징금을 부과받으면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