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3사 2분기 '쇼크' 해양플랜트 영업손실만 '4조4000억'

그래픽=최헌정 디자이너

국내 조선소들이 2010년을 전후해 무차별적으로 수주한 해양플랜트에 발목이 잡혀 ‘어닝쇼크’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29일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가 발표한 2분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조선사들에 4조7509억원 영업손실이 발생한 가운데 해양플랜트 영업손실만 4조4000억여원에 달한 추산됐다.


이날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매출액은 각각 1조6564억원, 1조4395억원, 영업손실은 3조318억원, 1조5481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2분기 매출액 11조9461억원과 영업손실 1710억원을 기록했다.

대우조선해양 (32,500원 ▼100 -0.31%)이 2분기 천문학적 손실을 예고한 가운데 현대중공업 (129,000원 ▲1,700 +1.34%)과 삼성중공업 (9,850원 ▲380 +4.01%)이 '환부 도려내기'에 동참하면서 손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대우조선해양은 해양플랜트 영업손실이 전체 영업손실(3조318억원)의 85%에 해당하는 2조58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빅3 가운데 유일하게 영업흑자를 기록, 드러내지 않던 부실을 일시에 반영한 결과다.


2011년 야심차게 수주했던 극지용 반잠수식 해양시추선 송가 리그(Songa Rig) 프로젝트가 대우조선해양의 발목을 잡았다. 공정지연으로 투입원가가 거품처럼 부풀면서 손실을 키웠다.

대우조선해양은 손실을 만회하고자 지난 14일 영국 LMAA(런던해사중재협회)에 "노르웨이 업체 송가 오프쇼어의 기본설계 오류로 공사비가 초과됐다"며 비용보전을 요구하는 중재를 신청한 상태다.

삼성중공업은 영업손실 1조5481억원 대부분이 해양플랜트에서 발생했다. 나이지리아 FPSO(부유식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 에지나 프로젝트와 호주 CPF(해양가스처리설비) 이치스 프로젝트가 독이 됐다.

삼성중공업이 2013년 30억달러 규모에 수주한 에지나프로젝트는 지난 5월 현지 법원으로부터 공사중지 명령을 받는 등 난관이 계속되고 있다. 납기가 지연되면서 지난해 1분기에도 수천억원대 손실충당금을 쌓았다. 2012년 수주한 호주 이치스 프로젝트도 설계가 지연되고 해외 제작이 늦어져 손실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3조원 이상 적자를 드러낸 현대중공업은 해양플랜트에서 2900억여원 영업손실을 반영, 금액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조선부문에서 1000억원 영업손실이 더해진 현대중공업은 정유(현대오일뱅크) 사업에서 2340억원을 만회하는 등 조선·해양플랜트 외 부문에서 선전한 덕에 전사적 영업손실을 1710억원으로 막을 수 있었다.

조선업계는 2분기 최대한 손실을 털어냈다고 하지만 해양플랜트발 어닝쇼크는 당분간 이어질 공산이 크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이 건조 중이거나 건조해야 할 해양플랜트 물량은 모두 400억달러(약 46조42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금까지 손실 없는 해양플랜트 프로젝트가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미래 손실 규모가 얼마나 될지 가늠조차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프로젝트들을 모두 물릴 수도 없고 정말 난감한 상황"이라며 "2분기에 최대한 손실을 털어낸다고는 했는데 아직 쌓인 물량을 보면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