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문 고교 교장도 교원 성추행… 교육청 늑장대응 '도마'

서울시교육청이 다수의 성추문 사건이 일어난 A공립고교를 감사한 결과 이 학교 교장 역시 교사를 대상으로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시교육청은 해당 교장을 직위해제 했지만 가해 사실을 인지한지 수일만에 내려진 조치라 늑장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31일 시교육청은 김형남 감사관, 윤명화 학생인권옹호관, 길산석 중등교육과장 등이 참석한 백브리핑을 열고 "성추행·희롱 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A고교 교장을 서대문경찰서에 고발했다"며 "교장의 경우 직무유기와 성범죄 관련 법을 근거로 처벌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A학교장은 평교사를 대상으로 성추행·희롱을 저질렀다. 김 감사관은 "지난해 2~3월 경 A학교 교장은 자신의 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를 대상으로 성추행·희롱 각각 1건의 행각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며 "A학교장에 대해서는 내일(8월 1일)자로 직위해제 조치가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A고교의 교장은 교감이 직무대행을 맡을 예정이다.

교육계에서는 교육청의 대응이 신속하지 못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시교육청 감사관실은 지난 20일부터 3일간 교원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교장이 가해자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사실이 보도를 통해 알려지기 전에는 "가해자의 신상도 모른다"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김용석 서울시의회 의원(교육위원회, 새누리당)은 "피해자 진술을 받으려면 가해자인 학교장에 대해 즉시 직위해제 등 적절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며 "학부모들이 자식을 믿고 보낸 학교 내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해 공립학교 운영 최종 책임자인 교육감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교장과 함께, 과거 동료 교원을 상대로 성추행을 저질렀지만 징계를 받지 않았던 B교사에 대해서도 직위해제 조치가 떨어졌다. B교사에 관해서는 시교육청 역시 책임 소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A학교 교장은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를 통해 "유선 상으로 교육청에 보고를 올렸다"고 주장했다. 교장의 주장대로라면 시교육청이 성추행 사건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에 대해 길산석 과장과 김 감사관은 "최근 미술실 등 교내에서 성추행을 당했다는 학생으로부터 경찰고발이 이뤄지고 특별감사에 들어가게 되면서 B교사의 가해 사실을 알게됐다"며 "교장이 당시에 B교사의 사건에 대해 교육청에 보고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또 학생 6명 이상을 대상으로 성추행 행각을 벌였던 진로진학상담담당 C교사에 대해서도 과거 안이하게 대처했던 것으로 보인다. C교사는 1년 이상 다수의 여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올 2월 경찰 고발됐으나 교육청은 고발 사실이 본청에 알려진지 2개월이 지난 후에야 직위해제 조치를 내리는 등 대처에 미흡했다.

김 감사관은 "C교사 관련 사건은 학부모 고발로 인해 경찰 쪽에서 먼저 수사가 들어간 상황인 데다 직접적으로 교육청에 민원이 들어온 게 아니기 때문에 따로 조사를 실시하지 않았다"며 "대신 A학교장은 가해 교사가 학교에 출근하지 못하도록 강제 연가 조치 등을 내려 피해자와 격리조치시켰다"고 해명했다.

한편 현재까지 이 사건에 대해 진술한 성추행 피해자는 교원 8명, 학생 10명이다. 시교육청은 이번주까지 피해자 조사를 마무리짓고 다음주 가해자 조사에 나선다. 최종 보고서는 이르면 8월 2주차에 나올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