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윤증현 "SKY입시에 휘둘리는 교육 안돼"

24일 경북 안동에서 바른사회운동연합 주최로 열린 교육개혁 토크콘서트의 모습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전 국무총리)와 윤증현 윤경제연구소 소장(전 기획재정부 장관), 김병일 선비문화수련원 이사장(전 기획예산처 장관) 등 학계와 관계에서 일가를 이룬 사회 원로들이 교육개혁을 촉구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교육개혁과 사회정화를 위해 결성한 시민단체 바른사회운동연합은 지난 24일 경북 안동시민회관에서 “바른 사회가 원하는 바른 사람을” 이라는 주제로 교육개혁 토크 콘서트를 열었다고 28일 밝혔다.


이날 국무총리와 서울대 총장을 지낸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이 좌장을 맡아 토크 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된 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은 학생들이 소위 명문대 입시를 위해 휘둘리는 비정상 상태가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체 대학입학정원의 1.4%에 지나지 않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3개 명문대학에 입학하려는 학생들의 대입경쟁 때문에 국가 전체의 초중고등 교육체제가 사실상 종속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윤증현 윤경제연구소 소장은 토론에서 “평준화가 기본정책이 되는 상황에서 지식정보화 시대에 창조적 인재가 나오기 어렵다”는 의견을 펼쳤다.

윤 소장은 “국가의 리더들이 국가의 미래를 위해 당장 다음 선거부터 고교평준화 제도의 개혁 및 고교입시의 부활, 대입제도의 개혁 등을 내걸고 국민들에게 선택을 묻는 방식을 결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윤 소장은 대입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변별력을 상실한 수학능력시험은 폐지하고 차라리 대입자격시험을 도입하고 궁극적으로 대학에 학생선발권을 주는 방안까지 강구해야 한다”고도 했다. 또 현재 400개에 이르는 대학숫자를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제안도 내놓았다.

기획예산처 장관을 지낸 김병일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 이사장은 토론에서 “현재 교사고시라고 할 정도로 임용고시의 경쟁은 치열한데 신입교사들은 막상 학교의 현실에 크게 실망해서 OECD 국가 가운데 교사를 선택한 뒤 후회하는 비율이 가장 높다”고 전했다.

김 이사장은 “교사들이 안정된 직장이 아니라 정말 곧고 바른 품성을 요구하는 천직이라는 자세를 갖고 스승으로서 학생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한다”며 "현재 어머니한테 맡겨져 있는 교육에 아버지가 제대로 참여할 수 있도록 부모들이 방법을 배워나가야 하고, 부모가 나서서 조부모에게 존경과 효도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손자손녀의 올바른 교육에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토론에 나선 서울 구룡중의 강연흥 교장은 교육현장의 실상을 전하며 “해당 연령대의 발달 목표를 달성하는 게 아니라 남보다 앞서서 상위 몇 %에 들어가는 것만을 무한적으로 경쟁하는 교육으로는 모든 학생들이 아픔만 겪을 뿐 세계적 경쟁 속에서는 전혀 무용지물이 될 뿐”이라고 비판했다.

강 교장은 우리보다도 학교 시험의 압력이 그리 크지 않은 미국에서조차 시험중심 교육이 미래경쟁력에 걸림돌이 된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조태임 한국부인회 회장은 “여성은 20대에는 취업 때문에, 30대에는 일과 가정을 양립시키는 문제로 고민하다가 40대에는 자녀들과 교육문제로 엄청난 전쟁을 치루는 전사가 되어야 한다”고 우려했다.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김경식 경북대 사범대 교수(교육학)은 “우리 교육의 문제를 심화시키는 주요한 원인의 하나는 바로 과도한 ‘학력사회’에 대한 집착 때문”이라며 “권력, 경제력, 사회적 자본을 보다 많이 가진 이른 바 ‘가진 자’들이 그렇지 못한 사람을 배려하는 사회적 각성과 실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콘서트의 좌장을 맡은 정운찬 이사장은 “교육문제의 해결방법에 대해선 입장에 따라 서로 ‘차이’가 있음에도 우리사회의 올바른 전진과 발전을 위해 공통의 해법으로서 교육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론을 모아가는 계기를 열었다는 점에서 이번 콘서트는 소중한 의미를 지닌다“고 평가했다.

이번 교육개혁 토크 콘서트는 바른사회운동연합을 비롯해 한국부인회 총본부, 도선서원 선비문화수련원이 공동주최했으며 안동을 비롯해 수도권으로부터 400여명에 이르는 관중이 참석했다.

교육개혁 토크 콘서트는 안동을 시작으로 오는 10월 광주광역시, 오는 12월 서울로 이어지는 전국 순회 콘서트 형태로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