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으로 사라지기 전에…외환銀 '간판 인증샷' 행렬

머니투데이

이창명 기자

지난 28일 외환은행 본사 1층에 있는 롤링페이퍼에 임직원들이 오가며 남긴 글들이 적혀 있다. /사진=이창명 기자

지난 28일 외환은행 본사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임직원들의 모습 /사진=이창명 기자

"자~자~ 어깨동무도 해보시고 좀 더 다정하게 웃어보세요~"

지난 28일 퇴근 시간을 앞두고 을지로 KEB외환은행 사옥 정문 앞에 이 은행 임직원들로 보이는 정장 차림의 중년 남성들이 모여 들었다.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외환은행 간판이 사라지기 전 마지막 인증샷을 남기기 위해서다. 외환은행은 내달 1일부터 KEB하나은행으로 통합 출범하는데 마지막 영업일인 31일 간판이 언제 내려갈지 몰라 미리 사진을 찍으려고 모인 것이다.

수십 년을 드나든 회사 정문이지만 이곳에서 허리에 서로 손을 두르고 다정한 모습을 연출하려니 찍는 사람도 찍히는 사람도 어색해 보였다. 서로 모여 찍기도 하고 한 사람씩 서서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찍는 모습들이 계속 반복됐다.

정장차림의 남성들이 사라지자 외환은행 고유의 곤색 유니폼 차림 여직원들이 셀카봉을 들고 나와 여러 장의 사진을 촬영했다. 외환은행 간판이 잘 보이도록 셀카봉도 최대한 길게 늘이고 손도 길게 뻗은 뒤에야 촬영 버튼을 눌렀다. 이들은 혹시 사라질 수도 있는 외환은행 흔적이 남은 곳이라면 사진 한 장이라도 더 남기기 위해 서서 기다렸고 같은 장소에서도 여러 버전으로 찍으려고 했다.

지난 28일 외환은행 본사 앞에서 셀카봉으로 기념사진을 촬영중인 여직원들의 모습. /사진=이창명 기자

촬영하는 동안 이들의 얼굴에 그늘이 지는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늘 웃음이 이어졌다. 이날 만난 한 외환은행 관계자는 "사실 통합 자체가 잘 이뤄졌고 더 큰 은행으로 거듭난다는 점에서 기대하는 부분이 작지 않다"며 "외환은행의 이름도 영어이름 약자(KEB)로 남아 있기 때문에 아쉽지만 슬프거나 마음이 아픈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은행 1층 내부에는 외환은행의 마지막을 아쉬워하면서도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는 직원들의 롤링 페이퍼가 곳곳에 보였다. 롤링 페이퍼는 외환은행이 가슴속에서는 영원할 것이라는 글들로 채워졌다.

외환은행은 1967년 출범해 50여년간 정부의 수출 정책과 더불어 외환과 무역 금융 분야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외환위기 땐 더 큰 상처를 받아 사모펀드인 론스타에 팔리며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최근 노조와 합의를 거친 통합 결정으로 내달 1일부터 외환은행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