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보험, 보험사기 어려워진다...'4대공제'정보도 통합관리

#. 지난해 40대 가장 A씨는 임신 중인 캄보디아 출신 아내를 승용차에 태우고 고의로 후진해 바다에 빠졌다. 이 사고로 아내는 목숨을 잃었고, A씨는 사망보험금 41억원을 챙겼다. A씨는 아내 명의로 사망보험금 95억원 규모의 보험 26건에 가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보험사들은 여러 보험에 고액 가입한 사람은 보험가입 때부터 특별 관리하지만 우체국보험 등은 민영보험사가 아니다 보니 정보 공유가 되지 않는다. 이 점을 활용해 A씨는 우체국보험과 새마을금고 등에서 각각 2~3건의 보험에 가입, 거액을 챙길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앞으로 우체국보험 등 각종 공제를 이용한 보험사기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우체국보험을 비롯해 수협·신협·새마을금고 등에서 판매하고 있는 보험 계약 정보가 신설되는 종합신용정보 집중기관에서 통합관리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원칙적으로 공제와 민영보험사의 정보 공유가 가능해져 보험사기 방지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내년 3월까지 설립되는 신용정보집중기관의 정보 집중 대상에 교직원공제를 제외한 4대 공제(우체국보험·수협·신협·새마을금고)의 보험계약 정보까지 포함하기로 했다.

신용정보집중기관에는 은행, 증권, 보험, 카드 등의 신용정보가 집중되는 데 이번에 처음으로 공제정보까지 통합이 되는 것이다.

그동안 공제 정보는 보험개발원에서 통합 관리하고 있었지만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등 민영보험의 정보와는 교류가 차단됐다. 이 때문에 민영보험사와 공제에 동시에 보험가입 한 뒤 보험사기를 칠 경우 이를 잡아내기가 쉽지 않았다.


예컨대 생명보험사들은 수십억원의 고액 사망보험금이 나오는 보험에 다수 가입한 사람의 경우 가입심사부터 특별 관리 한다. 그런데 계약정보를 알 수 없는 공제에 가입했을 경우 이 사실을 알 수 없게 된다.

특히 보험사기를 목적으로 다수의 상해·질병 입원일당특약에 가입한 '나이롱(가짜) 환자' 적발이 쉽지 않았다. 민영보험사의 경우 중복으로 가입했더라도 입원일당 한도가 10만원을 넘어설 경우 추가 가입을 제한했다.

하지만 우체국보험의 입원일당특약에 가입하면 이런 한도 제한을 피할 수 있다 보니 나이롱 환자가 보험사기를 위해 의도적으로 공제에 가입하는 사례가 많았다. 우체국보험 등은 보험사기의 '온상'으로 지목받았지만 현재까지 이렇다 할 보험사기 통계조차 없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험사기를 막기 위해서는 보험 가입 및 사고현황 정보가 파악돼야 한다"며 "9월 중 신용정보집중기관 통합추진위원회가 수집 정보의 범위를 최종 의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용정보 집중 대상에 공제가 포함되면 별도의 협의체가 없는 대형 공제에게도 이익이 많다. 생·손보사들이 교환하고 있는 양질의 계약 정보를 이용, 신상품 개발이나 보험금 지급 심사 등에서 노하우가 쌓일 수 있어서다.

각종 공제는 금융당국의 권한 밖에 있는 일종의 '유사보험' 이다보니 '금융치외법권'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공제는 주무부처도 제각각이다보니 사각지대라는 비판을 받았다"며 "이번에 신용정보집중기관에 정보가 집적될 경우 제도권으로 들어온다는 의미도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