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 가려고 3살 아들 살해' 2심 무죄…대법 "다시 재판하라"

PC방에 가려는데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생후 26개월 된 아들을 살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20대에게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그러나 대법원은 유죄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다시 심리할 것을 명령했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살인, 사체유기,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정모씨(23)에 대해 살인 혐의를 무죄로 판단해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일 밝혔다.


고등학교를 중퇴한 정씨는 일정한 직업 없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지내던 중 A씨와 만나 2009년 동거를 시작했다. 이들은 2011년 12월 아들을 낳았다. A씨는 정씨가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다툰 뒤 지난해 2월 한 회사에 취직하게 됐다. A씨는 이 회사의 기숙사로 들어갔고 정씨는 전기와 난방이 끊긴 집에서 아들과 살게 됐다.

정씨는 지난해 3월 PC방에 가기 위해 아들에게 잠을 자라고 했다. 그러나 아들이 누워서 장난을 치자 격분해 명치를 내리치고 입과 코를 막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후 정씨는 사체를 쓰레기봉투에 넣어 집에서 1.5㎞ 떨어진 곳에 유기한 혐의도 받았다. 정씨는 또 PC방에 다니면서 아들을 집에 방치하고 식사도 제대로 챙겨주지 않는 등 양육을 소홀히 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아들의 입과 코를 막아 살해했다"고 자백했지만 재판 과정에서는 "명치를 때린 사실은 있으나 살해한 사실은 없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정씨는 또 "아들이 숨을 헐떡거리자 휴대폰으로 쇼크상태에 대한 대처법을 검색하는 등 살해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정씨의 살인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씨는 진술을 번복한 데 대해 합리적 설명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며 "부검결과 등을 종합하면 정씨가 아들의 입과 코를 막아 살해했다는 공소사실이 충분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정씨의 살인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체유기와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만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살인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정씨가 아들의 입과 코를 막았다는 사실이 증명돼야 한다"며 "이에 대한 증거는 정씨 등의 진술 뿐인데 이는 여러차례 번복되는 등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다시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정씨에게 폭행치사 등으로 죄를 물을 수 있는데도 이를 제대로 심리하지 않았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재판부는 "정씨가 명치를 내리친 행위로 아들이 사망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면 폭행치사 또는 상해치사의 죄책을 물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씨가 아들을 내리칠 당시 살인의 범의가 있었을 수도 있다"며 "그럼에도 원심은 정씨가 입과 코를 막았는지 여부에만 중점을 둬 충분한 심리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