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페퍼發 'AI 로봇' 대중화 시대 '초읽기'…일자리 '해법'은

소프트뱅크의 페퍼/사진=소프트뱅크

소프트뱅크는 지난달 29일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인 '페퍼(Pepper)'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판매 개시 1분 만에 초판 물량 1000대가 모두 팔렸다. 파격적인 가격 전략(약 177만원, 세금 별도)을 취한 덕분이다. 소프트뱅크의 '페퍼'가 스마트폰에 이은 '제2의 플랫폼' 경쟁을 촉발할 것이란 관측이 산업계 큰 관심거리로 대두됐다. 본격적인 로봇 시대의 서막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생산성 향상으로 인류의 삶이 더 윤택해지기 보다는 AI(인공지능) 로봇이 산업 현장이나 사무직 업무마저 대체하게 되고, 결국 길거리에는 실업자들로 넘쳐날 것이란 우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본지는 지난 3, 4일 AI 로봇 전문가인 장병탁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와 한재권 교수를 각각 만나 '미래 로봇산업의 역기능과 주도권'이란 주제로 얘기를 나눴다.

장 교수는 국내 몇 안되는 AI 전문가로 현재 인지 로봇 인공지능센터장과 인지과학연구소장으로 재임하고 있다. 한 교수는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전문 엔지니어이다. 재난구조로봇 '똘망'을 제작해 화제를 모았다. 로봇 솔루션 전문기업 로보티즈의 수석연구원에서 이달 한양대 로봇공학과 교수로 영입됐다.

◇소프트뱅크 로봇 가격 '파격'…AI 로봇 대중화 시대 열리나?


소프트뱅크가 내놓은 '페퍼' 판매 가격에 대해 로봇 전문가들은 "도저히 나올 수 없는 가격대"라고 입을 모은다. 부품 값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 전세계 로봇 플랫폼을 선점하기 위해 일단 하드웨어부터 깔고보자는 소프트뱅크의 전략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플랫폼 장악 후 매달 콘텐츠 사용료 등을 받아 이윤을 챙기겠다는 구상이라는 것.

(왼쪽부터)장병탁 교수, 한재권 교수/사진=서울대, 류준영 기자

애플 '아이폰' 등을 제조하던 중국 '팍스콘'이 휴대폰 공정을 이용해 페퍼를 만들고, 소프트뱅크의 이동통신 판매망과 함께 중국 최대 전저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유통 제휴 파트너로 참여했다.

한재권 교수는 "3개 연합이 빠른 속도로 페퍼 플랫폼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며 "손정희 소프트뱅크 회장의 이 같은 시도는 성공 확률이 높다"고 전망했다.

◇로봇시대, 인간실업자 급증…"정부 기능 강화해야"

로봇 혁명이 가져올 문명의 혜택은 적지 않다. 그러나 이로 인해 상위 1%로 재화가 쏠리는 '부의 불평등'이 가속화될 것이란 우려에 대해 이견을 내는 과학자는 없다.

장병탁 교수는 "전 세계 AI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속도로 AI가 발달하면 100년 안에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게 될 것이란 예측을 내놓고 있다"며 "이는 최신 ICT(정보통신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이윤이 몰리는 디지털경제 특성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장 교수는 "전세계 과학자들이 참여하는 미래학회에서 얼마 전 'AI 100프로젝트'를 시작했다"며 "향후 AI 로봇 개발 100년 로드맵을 만들어 일어날 수 있는 사회 부작용과 위험성을 방지하고, 로봇에 대한 법과 제도, 윤리 규범을 만드는 작업을 장기간 수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올해 초 전기차 제조업체인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엘런 머스크는 100억 원을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 기부하며, '안전하고 유용한 AI 연구에 써달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장 교수는 "학회·산업계 모두 인간에게 득이 되는 AI 로봇 개발을 위해 애쓰고 있는 단면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로봇 혁명이 촉발할 가장 큰 문제로 꼽히고 있는 '실업 사태'와 관련, 정부 차원에서 중장기 대응에 나서야 할 때라는 게 장 교수의 지적이다. 이는 교육 문제와 직결된다. 장 교수는 "20년 후 기계가 접근할 수 없는 분야에 고급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며 "이 분야는 주로 공감능력과 감수성 등을 가지고 인간적으로 친근감을 줄 수 있는 능력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재권 교수도 장 교수의 주장과 궤를 같이했다. 한 교수는 "로봇이 인간 노동자를 급속도로 대체하는 추세가 계속되면 향후 젊은 세대들은 대량 실업과 저임금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나아가 자본재(로봇)를 소유한 기업들로 부의 편중이 이뤄져 양극화도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그 대안으로 사회 변화에 따른 '결핍' 현상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자동차 산업의 비약적인 발전은 건강 결핍을 가져왔다. 이에 사람들은 공원을 걷기 시작했다. 헬스케어 산업이 지금까지 각광을 받고 있는 이유다.

또 산업혁명 시대 농업 종사자들이 떠난 후 대량생산을 위한 농약 사용과 GMO(유전자변형식품) 등으로 신선한 농식품을 먹고 싶어 하는 사람들 중심으로 유기농 산업이 새롭게 관심을 받았다. 한 교수는 "기술 발전은 항상 잃어버린 가치를 찾게 하고, 이는 신규산업으로 발전했다"고 분석했다.

로봇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결핍이 나타날까. 한 교수는 '인간성 결핍'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인간성의 충족은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작품을 통해 공감하는 예술활동을 통해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한 교수는 일자리와 관련해 인간이 만든 신기술 숫자와 없어지는 직업 숫자 간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역설했다. 예컨대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필요한 간병로봇은 수요를 미리 파악해 제작하는 방식이다.

로봇을 통한 지속적인 사회·경제성장을 이끌어 가기 위해선 이 같은 기술개발 운영의 묘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하지만 기업은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조직이다. 따라서 한 박사는 이 역할을 사회안전망을 책임져야 할 정부의 몫으로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