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자소서 문항 '간단하지만 간단치 않다'

올 하반기 현대중공업 자소서 항목은 간단하다. 자기소개, 주요경력, 지원동기 3가지 항목인데 나는 어떤 사람이고 이러저러한 일을 했으며 이런 점들이 현대중공업과 잘 맞아 이러저러한 것을 하고 싶어 지원했다는 것이 골자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자신의 어떤 점과 현대중공업의 어떤 점이 잘 맞는가 하는 매칭 포인트이다. 주의할 것은 중공업 쪽은 말로는 창의성이나 혁신을 부르짖어도 전반적으로 보수적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니 현대중공업이 표방하는 가치에 충실한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창조적 예지’, ‘적극의지’, ‘강인한 추진력’이 현대정신이라고 한다. 조금 더 직접적으로 말하면 ‘안 되는 것도 되게 하라’ 정도의 정신이랄까. 회사측의 표방과는 달리 창의성 보다는 실천력이 아직은 중공업계열에서는 더 먹히는 전략이 된다.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1번 문항 : 1200자 정도의 자기소개를 프리스타일로 하라는 것인데 사실 이런 자소서가 더 쓰기 어렵다. 구체적으로 문항을 제시해준 경우는 보기보다 의외로 쓰기가 쉽다. 하지만 이런 프리스타일은 스토리를 정확히 잡지 않으면 자기 잘난 점 나열에 그치고 만다. 그러니 좋은 자소서를 쓰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소개의 스토리를 어느 정도 구성해놔야 할 것이다.

자칫 프리스타일의 자기소개는 지루한 ‘팩트’들만 나열하기 십상이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이 강조할 부분, 꼭 좀 알아줬으면 하는 부분, 남들에 비해 정말 자신있는 부분 등 주제를 먼저 설정해야 한다. 그런 부분을 가장 잘 보여줄 만한 에피소드나 경험들을 찾아서 글을 완성시킨다. 그렇다고 무조건 상 탄 기록이나 티가 나는 경험들을 나열하라는 것은 아니다. 중공업 직무에 어울릴 만한 경험이나 경력들을 찾아 줄거리를 만들어 제시해야 한다.

▶2번 문항 : 이 질문에서는 자신의 전문성을 적극 어필해야 한다. 중공업이나 건설 같이 보수적인 업종의 기업은 ‘표현’보다는 ‘팩트’를 더 믿는다. 그러므로 전공 과정에서 자신이 이룩해 놓은 것들을 잘 연결시켜 좋은 인재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전공을 공부했던 부분이나 전공관련 성취를 써도 좋지만 중요한 것은 어차피 자신과 같은 직무를 지원하는 사람들은 다 자신과 비슷한 정도의 전공 지식과 전공에 대한 열의를 갖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언뜻 보기에 다른 전공자들과 섞여 있기 때문에 자신이 전공에 대한 특별한 지식을 가진 것 같지만, 전국에서 자신과 비슷한 전공자들이 다 지원한다고 생각하면 학부수준의 지식을 나열해봤자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포인트가 된다는 것을 잊지 말자.

그러니 교과서를 베낀 것 같은 전공지식에 대한 나열은 마이너스가 되기 쉽다. 전공을 해나가면서 관심 있었던 부분, 호기심을 가졌던 문제 등 완성된 형태의 지식이 아니라 가능성 있고 발전가능성이 많은 형태의 전공자임을 강조해야 한다.

▶3번 문항 : 몇 년 전까지 이 마지막 문항은 ‘지원동기, 희망업무 및 장래포부’였다. 그것이 ‘지원동기’ 하나로 바뀐 것인데, 사실 문항은 바뀌었더라도 써야하는 것은 비슷하다. 장래포부가 먼저이고 그 다음이 희망업무다. 장래에 이러저러한 것을 이루고 싶어서 이러저러한 직무를 거치기 위해 현대중공업에 지원하게 됐다는 것이 메인 줄거리다. 이런 내용을 750자안에 다 표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쓸데없는 수사는 빼고 정말 이룩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적는 것이 필요하다.

▶총정리 : 간단한 자소서 문항이라고 간단하게 보면 안 된다. 다른 기업들과 달리 자소서 문항이 바뀌지 않고 그대로인데, 그렇다고 인재의 채용기준까지 완전 똑같은 것은 아니다. 물론 중공업 분야가 다른 분야보다 스펙이 더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최근 포스코나 몇몇 기업을 중심으로 그러한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현대중공업이 그런 변화의 중심에 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아예 영향이 없다고 말할 수도 없다. 스펙 때문에 안 될 것이라고 지레짐작하지 말고 가능한 도전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