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투자증권의 주진형發 자중지란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사장.

사장과 임직원 간 갈등으로 불거진 한화투자증권의 내홍이 증폭되고 있다. 협의를 통한 상생보다는 인사 조치 등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업계에선 결국 주진형 사장의 독단적인 행보가 이 같은 집안싸움을 초래한 게 아니냐고 지적한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은 이날 오전 변동환 재경2사업부장(상무)과 최덕호 영남지역사업부장(상무)에 대해 대기발령 인사를 냈다. 변 재경2사업부장과 최 영남지역사업부장은 최근 '서비스 선택제' 도입과 관련한 리테일 임직원들의 항명 사태 전면에 나섰다는 이유로 대기발령 조치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이어 한화투자증권 리테일본부를 이끄는 권용관 리테일본부장(부사장)은 이날 오후 사표를 내고 사무실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업부장이 대기발령을 조치를 당하는 등 사측과 리테일 임직원 간 대립이 심해지자 책임을 지겠다는 차원에서 사임 의사를 밝힌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대해 한화투자증권측에선 "권 부사장이 지난 9월 사표를 낸 적은 있지만 오늘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또 한화투자증권 재경지점장 26명 전원은 이날 서비스 선택제 도입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을 주 사장에게 전달하기 위해 서울 한화투자증권 본사 6층 사장실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서비스 선택제 도입과 관련해 우선 잠정 중단하고 보다 밀도있는 논의를 통해 최종 도입 여부를 조율하자고 주 사장에게 요구해왔다. 하지만 주 사장이 다시 한 번 서비스 선택제 도입 의사를 밝히면서 마찰이 거세지고 있는 모습이다.


서비스 선택제는 고객의 주식 위탁계좌를 온라인전용 계좌와 전담PB에게 상담 서비스를 제공받는 계좌로 분류하고 각각 다른 수수료를 부과하는 제도다. 전담PB의 조언이나 상담이 필요없는 고객과 필요한 고객에게 수수료를 다르게 적용하겠다는 게 주된 골자다. 서비스 선택제 도입을 추진하는 주 사장은 이를 통해 과도한 주식 거래를 유도하는 증권업계 관행을 고치겠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반면 한화투자증권 리테일 임직원들은 서비스 선택제 도입은 결국 고객 수수료 부담 증가로 이어지며 이는 결국 리테일 구조조정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며 반대하고 있다.

이번 한화투자증권의 초유의 항명 사태와 관련 결국 주 사장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비스 선택제가 방아쇠가 되긴 했지만 그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이뤄진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안팎으로 불만이 쌓이고 있었다는 분석이다.

한 한화투자증권 퇴사자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한 대표이사가 자신의 정책을 합리화하기 위해 매주 금요일 직원들을 강제 동원해 보여주기식 소통의 장을 만든다"며 "남한테는 한없이 엄격하며 자기 자신에게는 한없이 관대한 사람"이라고 주 사장을 에둘러 꼬집었다. 금요일마다 직원들을 강제 동원한다는 지적은 주진형 사장이 2013년 취임 이후 매주 금요일마다 실시한 직원들과 대화 일명 '주톡'을 빗대어 말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 나아가 서비스 선택제 도입에 반발한 리테일 직원들은 주 사장에게 공개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주 사장이)월간 정기회의에서 '서비스 선택제를 못하겠다면 100명을 더 자르면 될까?'라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 영업현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직원들이 심한 인격적 모멸감과 수치심을 느끼고 있다"며 "'자르겠다'는 말로 직원들의 마음에 상처를 준 데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하라"로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임직원들의 항명은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끝으로 연임 불가 방침이 내정된 주 사장의 상황과도 무관치않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직원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추진한 서비스 선택제가 결국 주 사장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한화그룹에선 지난 9월 아직 임기가 6개월이 남은 주 사장의 후임 대표이사로 여승주 한화그룹 전략기획실 부사장을 내정하고 한화투자증권 신규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이사회에서 통과시켰다. 주 사장의 남은 임기를 고려하면 이례적인 결정이라는 평가가 적잖다.

일각에선 그룹에서 주 사장의 경질을 고려했지만 주 사장이 임기를 채우겠다는 의사를 강력히 표시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더구나 한화투자증권이 김승현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한화S&C와 전산장비 거래를 끊으려고 해서 주 사장이 그룹측에 밉보였고, 이 때문에 보복 차원에서 경질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만큼 그룹측에서 주 사장에 대한 어떤 결정을 쉽게 하기도 곤란한 상황으로 보인다.

한 한화투자증권 내부 관계자는 "사내 임직원 사이에서는 더이상 주 사장의 말을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까지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