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뷰티 책임지는 '한방화장품' 최고전문가 될 것"

조가영 아모레퍼시픽 연구원/사진제공=아모레퍼시픽

조가영 아모페퍼시픽 연구원의 꿈은 야무졌다. 지난 4일 만난 그는 "아모레퍼시픽과 함께 한방화장품 카테고리 최고 전문가가 되는 것이 목표"라며 "한의학적 배경과 지식을 살려 효능에 있어 탁월한 제품을 생산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연구원은 2008년 한의대를 졸업하고 첫 직장으로 아모레퍼시픽에 입사했다. 화학, 생물학, 수의학, 약학 등 전공 배경이 다양한 아모레퍼시픽 연구소 내부에서도 독특한 전공적 배경을 지닌 '한의사 출신 연구원 1호'다. 한의사 면허를 갖고 있으면서도 일반적인 진로를 택하지 않고 화장품 기업에 지원하는 것에 주위 사람들의 의구심도 컸다.


"화장품 업계를 이끄는 기업이었지만, 지금만큼 회사가 큰 규모가 아니었고 '일반적'이라고 생각하는 진로 선택도 아니었기 때문에 주위의 우려도 컸습니다. '왜 화장품 회사냐'는 거였죠. 그렇지만 저는 정말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한방화장품이라는 카테고리를 연구하고 싶다. 아모레퍼시픽이 1등 기업인만큼 거기서 창의적으로 한방화장품을 연구하면 좋겠다'는 순수한 마음이었습니다."

아모레퍼시픽 내부에서도 1호 한의사 연구원으로 조 연구원이 기여한 바가 크다고 입을 모은다. 제품 개발에 있어 한의학 이론적인 체계가 훨씬 더 탄탄해지고 그에 맞는 다양한 연구가 진행될 수 있었다는 것. 한방의 침술에서 힌트를 얻어 '미세침(마이크로 니들)'을 활용한 패치제품 '예소침'을 개발한 적도 있고, 동의보감의 "10 발자국 밖에서도 얼굴에 빛이 나면 오래 산다"라는 구절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최단 기간 100억원 매출을 달성한 마무리에센스 '미안피니셔'를 개발하기도 했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꼽는 사례는 조 연구원이 동양문헌에서 힌트를 얻어 연구에 활용한 '7세주기 이론'이다.

"'여성의 몸이 7년을 기준으로 변화하고, 큰 변곡점을 맞는다'라는 이론인데 동양 문헌에 자주 등장합니다. 그런데 이 이론이 실제로 현대 여성의 피부에도 적용되는가를 연구해보기로 한 거죠. 한국 여성의 눈가주름, 피부톤 등등이 실제로 7세 주기로 바뀌는지 장기간 연구했습니다. 그 결과 실제로 많은 부분에서 타당하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연구는 지난해 1700여명의 중국여성을 포함 아시아 여성들의 피부 변화 분석까지 넓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결과물들은 다시 제품 개발의 밑바탕으로 활용된다. 기존 화장품 기업들이 단순 연령별로 '20대 여성, 40대 여성'과 같은 타겟을 분류해 제품을 개발하고 마케팅을 한다면, 연구결과 나온 고객군으로 정교하게 대상에 맞는 제품을 출시해 마케팅하고 효능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그가 관여한 제품군 중 최고 히트작은 설화수의 '윤조에센스'. 입사 이전 개발된 제품으로 많은 인기를 누렸던만큼 '어드밴스드(Advanced)' 판, 한층 기능이 보강된 제품을 출시하는 과제는 부담이 컸다.

조 연구원은 "마케팅과 판매 촉진을 위해 큰 차별점 없이 '어드밴스' 버전을 내는 기업들도 있지만 설화수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며 "새 버전 출시만도 5~6년이 걸릴 정도로 텀이 길었다"고 말했다. '확실히 개선됐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하기에 부담은 컸다. 최근 업그레이드돼 출시된 설화수 윤조에센스는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식물의 여러가지 성분 중 유효한 성분을 더 효과적으로 농축·흡수하는 기술적인 가공 처리법에 초점을 맞춰 효능을 증대시켰다.

가장 뿌듯한 순간은 고객들로부터 칭찬을 들을 때다. 해외 고객들이 제품에 대해 만족감을 나타낼 때와 학계 전문가들이 "실력과 진정성, 시장성을 다 갖췄다"고 평가해 줄 때도 뿌듯함이 크다. 재능있는 한의학 전공 후배들이 잇따라 화장품 업계 문을 두드리는 것도 반가운 일이다.

"처음에 들어왔을 때 거창한 목표가 있었던건 아니었어요. 순수하게 '한방화장품 연구'에 대한 애정에서 들어온만큼 회사와 함께 성장한 자부심이 큽니다. 이제는 '한방화장품' 분야에서 독보적인 전문가가 되겠다는 목표가 생겼습니다. 앞으로도 아시아 여성들의 아름다움에 기여하는 한방화장품을 계속 만들어 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