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권리금보호법 통과 5개월됐는데…"분쟁은 여전'

@머니투데이 김지영 디자이너

#지난 6일 오후 서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S치킨을 운영하고 있는 한 임차인이 투쟁을 선언했다. 건물 주인이 직접 가게를 운영하겠다고 나서면서 권리금도 못받고 쫓겨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5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 임차인의 권리금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 임차인은 계약기간이 법 개정 직전에 종료돼 빈손으로 나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임대인이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의 ‘상가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된 지 5개월이 지났지만 임차상인들은 여전히 건물주와 싸우고 있다. 다만 과거 현장에서 무작정 시위밖에 할 수 없었던 이들이 개정안 통과 이후로는 임대인과 협상의 여지가 생겼다는 점에선 큰 효과가 있다는 평가다.

임영희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맘상모) 사무국장은 “그동안에는 임차인들의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현장에 나와 마이크를 잡는 것 밖엔 할 수 없었다”며 “지금도 여전히 건물주와 임차인간 많은 분쟁이 있지만 개정안 이후엔 건물주가 협상을 하려고 나서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월13일 국회를 통과한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일부 건물주들이 활발히 영업중인 임차상인을 권리금 한 푼 없이 쫓아내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추진됐다.


임차인이 아닌 건물주가 신규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요구하거나 신규 임차인과의 계약 체결 거절, 기존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하는 등의 방해 행위를 국회가 규제하고 나선 것이다.

법 통과 이후 권리금 관련 상담 사례는 크게 늘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시 상가임대차상담센터 상담 실적 결과 권리금 관련 문의는 1~4월까지 220건에 불과했지만 개정안이 통과된 5월13일 이후 8월에는 1323건으로 크게 늘었다.

서울시 상가임대차상담센터 관계자는 “건물을 매매할 경우 임대인 권리금 문제 때문에 이를 정리하고 신규 매수인에게 넘기는 사례가 많은데 이럴 때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며 “여전히 임대인이 직접 가게를 운영하기 위해 내쫓는다거나 업종을 본인이 원하는 것으로 넣겠으니 나가라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개정안이 통과되기 전에는 상가 세입자들은 임대인들이 나가라고 하면 나갈 수밖에 없었는데 법 개정 이후 헤택을 받는 이들이 실제로 늘었다”며 “법에 권리금에 대한 의미와 위법 사례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되니 임대인과 임차인이 협의하는 사례가 많다”고 덧붙였다.

물론 환산보증금제도와 재건축 사유에 의한 강제 퇴거 조치 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개정안에선 환산보증금이 4억원을 넘어설 경우 임대료 인상폭 보호대상에서 제외되는데 서울에선 이 기준을 초과하는 상가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재건축을 이유로 강제 퇴거조치를 하는 사례도 많다.

임영희 사무국장은 “임대인이 나쁜 마음을 먹는다면 어떤 식으로든 법망을 피해갈 방법이 많다”며 “기간 상관없이, 권리금 약탈 걱정 없이, 계약 갱신을 할 때 임대료 폭탄 걱정 없이 장사를 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