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전셋값', 내년에도 계속된다

서울 한 부동산 밀집 상가에 매물을 알리는 전단이 붙어 있다. /사진제공=뉴스1

가파른 전셋값 상승세가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저금리 장기화로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나 반전세로 전환해 공급물량이 줄어든 가운데 임차인들의 전세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서다.

이용화 현대경제연구원 동향분석실 선임연구원은 7일 발표한 ‘최근 전세시장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부동산 가격 불확실성으로 주택 전월세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월세로 인한 현금지출 부담으로 전세 선호가 심화되면서 최근 3년째 지속 중인 전세난이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최근 전셋값은 지속적으로 상승해왔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개월 연속 0%대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으로 전세가격(실거래가격 기준)은 올해 7월 11.9%, 8월 12.1%, 9월 12.2% 등 10%대의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전국 평균 전세 실거래가격은 2013년 1월 1억2900만원에서 올해 9월 1억5900만원으로 23% 상승했다.

특히 올해 9월 서울 아파트 전세 중위가격(전체 전세가격 중간 값)은 3억5900만원에 달한다. 올해 우리나라 근로자 월 평균임금이 264만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월급을 한 푼도 안쓰고 11년 이상 모아야 되는 금액이다.

전셋값이 단기간 크게 오르면서 상승분을 대출에 의존하는 사례로 늘었다. 실제로 시중 6개은행 전제자금대출 잔액은 2010년 2조281억원에서 2015년 8월말 기준 18조4925억원으로 9.1배 증가했다.

이런 현상은 우선 저금리 영향으로 집주인들이 수익률이 낮은 전세를 월세로 바꾸는 현상이 확대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전월세전환율(전세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되는 비율)은 2015년 8월 역대 최저치인 7.3%까지 하락했지만, 예적금 금리가 1%대여서 월세전환시 6%포인트 가량 이익률이 더 높다.

50대 이상인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은퇴 시기가 집중돼 노후 준비를 위해 월세 등 현금수입을 선호하는 것도 전세공급 감소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전체 가구 중 월세 등 임대소득이 있는 가구는 2010년 131만 가구에서 2014년 136만가구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50대 이상 월평균 임대소득은 68만원에서 83만원으로 27% 증가했다.

/자료=현대경제연구원

집주인 입장과 달리 임차인들은 전세를 더 선호한다. 소득증가율이 물가상승률을 밑돌아 실질소득이 감소한 가운데 매월 현금성 지출을 줄이려는 심리가 확산됐다. 또 부동산에 대한 인식이 소유에서 거주로 전환됐고 1인 가구 증가로 주택구매 필요성이 떨어진 것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전세공급은 줄어든 반면 수요는 오히려 늘어나 수급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전세 수요·공급 수준을 비교할 수 있는 전세수급지수(값이 커질수록 전세공급 부족)는 올해 9월 기준 전국 186.3, 수도권 192로 전년동월대비 10포인트 가량 증가했다.

전국 재개발, 재건축 사업 확대로 이주수요가 증가한 것도 전세값 상승세를 부추기고 있다. 현재 전국 861개 재개발, 539개 재건축 구역에서 정비 사업을 추진 중이다. 올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서울에서만 재건축 이주수요가 약 1만6000호에 이를 전망이다.

전세난 심화를 막기위해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용화 선임연구원은 “정부가 저소득층 및 고령가구를 고려해 중소형 공공임대주택 물량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전월세전환율을 현행 6%에서 5%로 낮추는 등 서민층 주거비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