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자본, 美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에 몰린다

엔젤리스트(angel.co) 홈페이지 캡처/사진=엘젤리스트

중국에서 3번째로 규모가 큰 사모펀드 투자사가 4억 달러(약 4594억 원)의 펀드를 조성, 미국 스타트업 투자에 나선다.

중국 투자사 차이나 사이언스 앤 머천트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그룹(China Science & Merchants Investment Management Group)은 미국 스타트업 투자 플랫폼 엔젤리스트(Angelist)와 함께 4억 달러 규모의 펀드 '씨에스씨 업샷'(CSC Upshot)를 조성했다고 미국 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와 경제전문방송 CNBC 등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초기기업 투자를 위한 펀드로는 최대 규모다.


펀드 운영을 맡는 사이언스 앤 머천트 그룹은 엔젤리스트가 보유한 엔젤투자자와 노하우를 활용해 미국 스타트업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나발 라비칸트(Naval Ravikant) 엔젤리스트 대표는 CNBC를 통해 "펀드는 중국 LP(유한책임투자자)들이 글로벌로 활동을 확장함으로써 중국 기업이 아주 초기 기업을 발굴할 역량이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중국 베이징 소재 투자사인 차이나 사이언스 앤 머천트는 2000년 설립돼 현재 120억 달러(약 13조7796억 원)을 운용하고 있는 대형 투자사다. 초기기업 대상 시드(종잣돈) 투자를 비롯, 에너지·광물·농업 분야 등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엔젤리스트는 스타트업과 엔젤 투자자를 연결해주는 대표적인 플랫폼이다. 세계 스타트업의 기업 정보와 투자자 정보 등을 제공한다. 직접 투자도 진행한다. 그동안 우버를 포함, 스타트업 650곳을 대상으로 총 2억500만 달러(약 2354억 원)의 투자를 진행했다.

투자자 연합체(syndicates)를 운영하는 점도 특징이다. 엔젤투자자들이 서로의 경험과 정보를 공유해 공동투자할 수 있도록 한 것. 현재 엔젤리스트는 엔젤투자자 4400명명을 보유하고 있으면 165개의 신디케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펀드는 엔젤리스트의 투자자 연합체 중 상위권을 선발해 운용된다. 투자 대상은 미국 기반 스타트업이다. 이로써 사이언스 앤 머천트는 스타트업 정보뿐만 아니라 미국 최대 투자자 네트워크도 확보하는 효과를 얻게 됐다.

이번 펀드 조성에서 보듯 점점 더 많은 중국 자본이 미국 스타트업계로 흘러 들어가고 있는 양상이다. 올해 초 알리바바는 미국 SNS 스냅챗에 2억 달러(약 2300억 원)를 투자했다. 중국판 우버인 디디 콰이디(Didi Kuaidi) 역시 미국 차량 공유 서비스 리프트(Lyft)에 1억 달러(약 1150억 원)을 투자했다.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중국 증시 시장이 악화됨에 따라 길 잃은 자본이 다른 투자처로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을 택했다는 분석도 있다.

라비칸트 대표는 "실리콘밸리에서는 중국 LP들이 이미 실리콘밸리 내 알짜배기 거래에 접근한 상태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다만 "펀드가 형편없이 운용된다면 가격이 왜곡되거나 자본이 넘처나는(flood the market)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펀드 금액은 6~8년 간 나눠 운용될 예정이며 첫 해에는 2000만~3000만 달러(약 229억~344억 원)을 투자하고 검증한 뒤 규모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