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신러닝·중산층·제품'… 에릭 슈미트가 강조한 키워드

구글 지주사 알파벳의 에릭 슈미트 회장. /사진제공=구글 코리아.

구글 지주회사 알파벳의 에릭 슈미트 회장은 국내 스타트업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스타트업 미래와 글로벌 전략'을 주제로 많은 이야기를 쏟아냈다.

특히 '머신러닝(기계학습)'을 차세대 기술로 꼽으며 "머신러닝 기술이 모든 산업에 적용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아시아 지역의 급증하는 중산층에 주목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야 한다는 조언을 내놨다.


슈미트 회장은 한국에 대한 호평을 쏟아내면서 "더 많은 여성들이 사회에 진출하면 한국의 성장은 더욱 빨라질 것"이라며 "한국의 최고 인재들이 성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음은 슈미트 회장의 강연을 요약한 내용.

◇5년 전에 모바일을 먼저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 시점에서 미래를 이끌 차세대 기술은 무엇인가.

애플리케이션 시장이 더 커지고 있기 때문에 모바일 먼저라는 말은 지금도 유효한다. 앞으로 머신러닝 기술이 모든 산업에 적용될 것이다. 무인자동차, 이미지 해독, 헬스케어 등 사람보다 컴퓨터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는 많다. 구글 역시 머신러닝에 큰 관심을 갖고 100개 이상의 머신러닝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머신러닝이 잘 되려면 데이터가 많아야 한다. 캠퍼스(구글캠퍼스 서울)에서 만난 한국 창업가들도 학습에 기반한 머신러닝 기술을 많이 활용하더라. 한국이 이 분야에서 강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자신에게 노트북과 5000 달러만 주어진다면 무엇을 할 거냐는 질문에) 5000 달러로 전부 머신러닝 소프트웨어를 내려받겠다. 자금이 부족할 수 있지만 나중에 투자받으면 된다. 머신러닝에 투자해 알고리즘 프로그램을 만들겠다.

◇미래에 대한 생각을 말해 달라.

10~15년 후에는 전 세계적으로 중산층이 성장할 것이다.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 수억명의 사람들이 빈곤층에서 중산층으로 올라가면서 부를 창출할 것이다. 그렇다면 중산층의 삶을 개선하는 게 중요한 문제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이들은 안전, 건강, 교육 등에 관심이 많다. 우리는 중산층에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 생각해야 하고, 이들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구글은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에 집중할 것이다.

◇한국 스타트업들은 글로벌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구글처럼 전 세계에 진출할 수 있을까.

저는 (한국 스타트업들이) 한국을 좀 더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한국 기업들 중 성공한 기업들은 한국 기반에서 한국 기술을 활용해 글로벌에 진출한 경우다. 머신러닝,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 시장과 글로벌 시장이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에서 시작하는 것도 충분히 좋다.

다만 한국의 리더가 아니라 세계의 리더가 되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몇 년이 지나면 다이내믹한 통역과 번역이 가능할 것이다. 머신러닝이 발전하면 한국어로 말해도 외국인과 의사소통이 가능한 시대가 열린다.

◇민간 중심의 실리콘밸리와 정부 주도인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비교해 달라.
실리콘밸리에는 수많은 스타트업과 벤처투자사(VC)들이 있다. 전 세계 VC의 70%가 진출한 실리콘밸리는 모방할 수 있는 나라는 없다.

제가 걱정하는 부분은 정부는 많은 위험을 부담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스타트업들은 실패를 부담해야 경쟁자를 이길 수 있다. 실패를 용인하고, 세제 혜택을 주는 등 방안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스타트업 허브를 잘 구축할 수 있을까.

좋은 대학교와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 값싼 아파트가 필요하다. 스타트업은 적은 돈으로 좋은 성과를 내야 한다. 밤 새워 일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대학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한국은 최고의 대학을 가지고 있다. 이런 것들을 잘 조합하면 허브를 만들 수 있다.

강연 참석자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는 에릭 슈미트 회장. /사진제공=구글 코리아.

◇어떻게 하면 기업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글로벌한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건 제품이다. 저는 기술 기반이 없어도 좋은 제품이 있으면 기업가가 되라고 말한다. 오늘날에는 제품 없이 기업가가 될 수 없다. 제품이 미래를 이끈다. 한국은 소수 대기업이 장악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이런 나라에서 작은 기업들이 대기업을 압박할 수 있는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한국에서는 더 많은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 경제적 성장이 보다 널리 퍼져야 하고, 사회 전반의 성장이 있어야 한다. 유연한 정부 정책과 여성의 사회 진출 확대도 필요하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면 한국의 전체 경제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점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새로운 사람을 채용할 수 있는지다. 아이디어가 정말 좋다면 사람들이 따라올 것이다. 아이디어는 좋은데 같이 일하지 못하겠다는 말하는 건 사실 아이디어가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이다. 꿈을 팔아라.

모든 성공은 팀에서 기반한다. 성공을 지향하는 문화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 똑똑한 사람들을 모아서 한 팀을 만들어야 한다. 자신이 아이디어를 팔 수 있는지만 이해하면 된다.

◇O2O(Online to Offline) 기업들이 규제, 노동 문제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어떤 나라에서는 규제가 오히려 혁신을 가로막는 경우도 있다. 이를 해결하려면 다른 국가와 한국의 사례를 비교해 정부에 피력해야 한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소송이나 법적 방안을 활용할 수 있다. 정부 규제와 싸우는 건 어렵지만 분명히 해야 하는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혁신과 혜택을 원하면 국가에 요구하게 된다.

◇한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국을 더 이상 강조할 수 없을 만큼 좋아한다. 한국의 최고 인재들이 성공하길 바라고, 그러기 위해서는 차세대 사업가들이 분발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무언가를 해야 겠다고 생각해서 캠퍼스를 열었다. 한국은 가장 연결된 사회로 이미 저의 비전을 달성한 것 같다. 인터넷 속도도 최고다. (한국 스타트업들이) 이런 강점을 가지고 더 이상을 것을 만들어내야 한다.

한국의 교육열은 대단하다. 한국 엄마들은 아이들을 한계까지 몰아넣는다. 이런 교육열 때문에 지금의 성공이 가능했다. 전 세계에서 한국의 교육열을 배워야 한다. 한국이 강력한 산업국가로 성장한 비결은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하고, 무조건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케이팝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것도 그만큼 노력했기 때문이다.

◇창업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조언해 달라.

인생은 참 짧다. 젊은 사람들은 더 나이가 들어서 못하는 것에 대한 위험을 부담해야 한다. 안전한 직장에서 위험이 큰 창업을 결정하긴 어렵다. 하지만 여러분이 지금 행복한지에 대해 생각해 보라. 인생은 짧으니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 직장이 자신이 원하지 않은 방향으로 가면 그만둬야 한다. 위험을 감수해야만 발전할 수 있다.

문화적으로 실패를 용인할 수도 있어야 한다. 실패해야 성공을 배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