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부자들, 하룻새 3조원 벌고·5천억 잃고···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구글 창업자는 하룻새 11억 불(1.2조 원) 벌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11억 불(1.2조 원), 아마존 창업자는 30억 불(3.3조 원)…."

지난주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시가 마감되고 난 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글로벌 IT기업들이 줄줄이 분기 영업실적을 발표했습니다. 모두 예상치를 뛰어넘은 엄청난 매출과 이익을 발표,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10% 가량 급등세를 보였습니다.


그 다음날 주식시장이 개장되자마자 이들 기업의 주가는 급등세로 출발했고, 결국 구글(GOOGL) 주가는 5.6%, 마이크로소프트(MSFT)는 10.0%, 아마존(AMZN)은 6.2% 각각 상승한 채로 마감했습니다.

이러자 이들 기업의 창업자들의 재산도 덩달아 어마어마하게 불어났습니다.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Larry Page)는 하룻밤새 11억 불(1.2조 원)의 재산이 늘었고(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은 약 10억 불(1.1조 원)),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Bill Gates)는 11억 불 (1.2조 원),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Jeff Bezos)는 30억 불(3.3조 원)이 각각 증가했습니다.

블룸버그의 억만장자지수(Billionaires Index)에 따르면, 아마존 창업자 베조스의 재산은 500억 불이었는데 이번 주가 급등으로 순식간에 30억 불이 늘면서 베조스는 미국 내에서 최고 부자 3위 자리에 올라서게 됐다고 합니다. 그 때까지 3위는 캔사스에 위치한 석유재벌 코크 형제(Koch Brothers)들이었습니다.


주가 급등으로 하룻밤새 수조 원의 재산이 불어난 창업자는 또 있습니다. 세계 최대 패션업체인 자라(ZARA)의 창업자 아만시오 오르테가(Amancio Ortega)의 재산도 올해 들어 주가 상승으로 꾸준히 증가했는데, 22일(현지시간) 포브스의 실시간 부자순위 조사에서 오르테가의 재산이 40억 불(4.4조 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로써 그 때까지 빌 게이츠에 이어 세계 최고 부자 2위였던 오르테가는 게이츠를 제치고 세계 최고의 갑부 자리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그는 하룻만에 정상의 자리에서 내려와야 했습니다. 그 다음날 분기 실적 발표 후 마이크로소프트 주가가 10% 급등하면서 게이츠가 다시 세계 최고 부자 1위를 탈환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재산이 삼성전자 (76,700원 ▲400 +0.52%) 주가 급등으로 이틀간 크게 올랐습니다. 지난 29일 삼성전자가 약 11조 원에 달하는 자사주를 매입소각할 방침을 발표하자 주가는 장중 6% 치솟았고, 그 다음날까지 상승세가 지속돼 이틀간 거의 5% 상승했습니다. 삼성전자 우선주의 경우엔 이틀간 무려 10.6% 뛰었구요. 그 결과 이건희 회장의 재산은 이틀새 3200억 원 넘게 불어났습니다.

재미있는 건 하룻새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의 재산이 불어난 사람들 모두 ‘주식부자’들이라는 점입니다. 사실 세계 최고의 부자들 모두 주식부자들입니다. 현대에서는 부자가 되려면 '주식'을 보유해야 함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는 대목입니다.

그런데 주가 급등으로 재산이 하룻새 크게 불어난 건 비단 이들 기업의 창업자들뿐만이 아닙니다. 해당 기업의 주식을 보유한 일반 투자자들도 모두 큰 횡재를 맞았습니다. 만약 이들 기업의 분기 실적 발표 직전 ‘어닝 서프라이즈’에 베팅을 했던 투자자들은 그야말로 하룻만에 엄청난 재산이 불어났을 겁니다.

다만 여기서 분명히 해야 할 것은 하룻새 불어난 이들의 재산은 모두 주식계좌상의 ‘명목재산’이라는 점입니다. 이들은 은행계좌에 있는 현금과 달리 바로 인출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주식을 팔기 전에는 실현되지 않은 명목상의 금액입니다. 아무리 주가가 급등해 주식계좌의 잔액이 2~3배 늘어났다고 해도 주식을 팔기 전까진 어디까지나 그림의 떡입니다. 기분이야 좋겠지만 말입니다.

내 손안의 새 한 마리가 숲 속의 새 두 마리보다 가치 있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재무학에서도 이 속담은 투자자들의 위험 기피 현상을 얘기할 때 곧잘 언급됩니다. 즉 아무리 100억 원 상당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팔아서 현금화하지 못하는 주식 보다는 언제나 인출해서 쓸 수 있는 현금 1억 원이 더 낫다는 것이죠. 게다가 그 주식의 가치는 끊임없이 변하고 운 나쁘게 '어닝 쇼크'라도 걸리게 되면 하루 만에 반토막이 날 수도 있으니까 말입니다.

그래서 하룻새 수천억 원을 잃어버린 주식부자도 적지 않습니다. 세계 최대 갑부 2위에 올라있는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자신이 투자한 IBM의 주가가 3분기 저조한 실적으로 6% 가까이 추락하자 하룻새 5억 불(약 5500억 원)의 재산이 사라져 버리는 걸 지켜봐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설상가상으로 이틀 뒤 IBM이 매출액 회계처리와 관련해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가가 또 다시 4% 하락, 버핏의 재산상 손실은 더 커졌습니다. 재산이 아무리 많은 버핏도 속이 많이 아플 겁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어닝 쇼크로 삼성엔지니어링 (26,600원 ▲750 +2.90%) 주가는 22일부터 폭락하기 시작해서 7거래일 동안 무려 43%나 떨어졌습니다. 다행인지는 몰라도 이건희 회장은 삼성엔지니어링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이번 주가 폭락으로 재산상의 손실을 한푼도 입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와 달리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은 어머어마한 금전적인 손실과 더불어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갔을 겁니다.

이들 개인투자자들은 모두 돈을 벌기 위해 주식투자에 발을 들여놨겠지만 지금은 본전은 커녕 반토막난 주식계좌 잔액을 쳐다보며 망연자실하는 신세로 전락했습니다. 70조원이 넘는 재산을 가진 버핏같은 주식부자들은 하룻새 5500억 원을 잃어도 끄덕없겠지만 개인투자자들은 몇백만 원만 잃어도 살아가기가 힘듭니다.

이 세상에서 부자가 되기 위해선 주식을 보유해야 한다지만, 반대로 한순간에 모든 재산을 날릴 수 있는 것도 다름아닌 주식투자입니다. 그래서 주식시장은 돈 잃어도 된다는 배짱이 있는, 위험을 감내할 줄 아는 사람에게만 보상을 해주는 위험한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