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반등했지만… "더 떨어진다"

금은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불안감이 수요를 자극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올 여름 중국발 주가 급락사태는 물론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발생한 최악의 연쇄 테러도 금값 하락세를 반전시키지 못했다. 국제 금 선물가격은 주간 기준으로 6주 연속 내렸지만 앞으로 더 떨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12월 인도분 금 선물가격은 온스당 1065.80달러로 전 거래일에 비해 0.9%(9.6달러) 올랐다. 저가 매수세 덕분이었다. 금값은 지난 주말 한때 온스당 1051.60달러로 2010년 2월 이후 5년9개월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이 여파로 11월 전체 낙폭은 6.7%로 확대됐다. 월간 기준으로 2013년 6월 이후 최대치다. 최근 1년 동안은 12%가량 하락했다.


CNN머니는 대다수 전문가들이 금값의 추가 하락 가능성을 경고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금 선물가격이 온스당 350달러까지 추락할 가능성도 제기됐다는 설명이다. 2012년 금값 급락 가능성을 예견한 금시장 분석가 끌로드 에르브는 최근 금값이 2003년 수준인 온스당 35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제 금값은 2011년 9월에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 사태가 맞물리면서 온스당 1900달러에 육박했지만 에르브의 예상대로 이듬해부터 급락세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이 금시장 전망을 비관하는 것은 무엇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인상을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FRB는 오는 15, 16일에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2006년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전망이다. 금리인상이 달러 강세를 가속화하면 달러로 가격을 매기는 금값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연초 90선이었던 게 이날 100선으로 올라섰다.

게다가 금은 무수익 자산이기 때문에 FRB의 금리인상으로 달러 자산의 수익률이 높아지면 투자매력이 더 약해진다.


인플레이션 환경도 금시장에 호의적이지 않다. 금은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헤지(위험회피) 상품이다.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 화폐 가치는 하락하지만 실물자산인 금의 가치는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FRB를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시중에 돈을 푸는 통화완화로 금융위기에 맞서자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졌고 이는 금 수요를 자극했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은 아직 미약한 상태다. 지난해 6월 이후 반 토막 난 국제 유가도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는 데 한몫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물리적인 금 수요가 부진한 것도 금시장의 약세 신호가 된다고 지적했다. 중국과 세계 최대 금 수요국 지위를 다투는 인도에서 최근 가뭄이 잇따라 금 수요가 부쩍 줄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성장둔화 우려가 큰 중국에서도 금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길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반면 일각에선 새해 초 중국의 춘제(설) 수요가 금값 상승을 견인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 FRB의 통화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되거나 금광업계의 투자위축으로 공급이 줄어 금값이 상승국면을 맞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