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천하' 노미정 영풍제지 부회장은 왜 회사를 팔 수밖에 없었나

35세 연상의 제지업체 오너와 결혼, 전처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두 아들을 물리치고 경영권을 물려받아 '현대판 신데렐라'로 불렸던 노미정 영풍제지 (1,830원 ▼29 -1.56%) 부회장은 어쩌다 3년 만에 45년 역사의 회사를 남의 손에 넘겨야하는 상황에 처했을까.

업계에선 노 부회장이 영풍제지 회장이자 남편인 이무진 회장으로부터 지난 2013년 1월 지분 51.28%를 전량 무상으로 증여받으며 지분율 55.64%로 최대주주가 된 순간부터 '자승자박'의 길에 들어선 것으로 분석한다. 무상증여로 인한 증여세 폭탄이 이번 사태의 시발점이 됐다는 것이다.


현행 세법상 무상 증여받은 주식에 대해서는 증여세가 부과된다. 증여받은 사람이 부인인 경우에는 6억원까지 비과세되는 '부부간 증여공제'와 '누진 공제' 등을 감안해도 약 255억원어치의 주식을 증여받은 노 부회장의 경우 최소 100억원 이상의 증여세를 내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충당하기 위해서였는지 노 부회장은 최대주주로 올라선 이래 현금 확보에 열을 올려왔다. 연이은 주식담보대출과 고배당 정책을 통해서였다. 노 부회장은 주식담보대출을 통해 100억원 이상을 차입했고, 고금리의 이자를 부담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만기를 계속 연장했다.

또 노 부회장은 실적이 점점 나빠지는 상황에서도 고배당 정책을 실시했다. 2012년 44.92%였던 영풍제지의 배당성향은 그가 본격적으로 경영을 맡은 이후 2013년 100.95%, 2014년 240.7%로 치솟았다. 이를 통해 노 부회장은 2년새 배당금 73억원을 챙겼다.


반면 이 시기 영풍제지는 실적이 지속적으로 곤두박질쳤다.

영풍제지는 2012년 영업이익 165억원, 당기순이익 82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295.5%, 70.2% 늘며 성장세를 보였지만 노 부회장이 경영권을 쥔 첫 해인 2013년 매출, 영업이익, 당기순익 모두 전년에 비해 16.8%, 78.3%, 55.1% 줄었다.

이 같은 추세는 지난해에도 이어져 매출, 영업익, 당기순익이 전년 대비 11.91%, 75.75%, 58.43% 줄었다. 급기야 올 들어서는 3분기 누적 기준 영업손실 18억원, 당기순손실 19억원으로 적자를 냈다.

상황이 점점 악화일로로 치닫자 노 부회장은 결국 지분을 전량 넘기는 쪽을 택했다. 노 부회장은 사모펀드인 큐캐피탈파트너스가 운영하는 그로쓰제일호 투자목적 주식회사에 지분 50.54%를 넘기기로 하고 지난 22일 관련 계약을 체결했다.

그동안 제지업계에서는 '신인'인 노 부회장의 경영능력에 그동안 숱한 의문을 품어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노 부회장은 이무진 회장이 전 부인과 사별한 해인 2008년 재혼한 인물이라는 것 외에 업계에도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며 "제지업에 관한 충분한 이해가 없는 상황에서 골판지 시장 업황 부진세가 겹쳐 실적이 급격히 악화하자 경영 정상화에 어려움을 겪고 매각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골판지 업계는 제지업종에서 고부가가치를 내는 몇 안되는 지종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중국 경기의 둔화에 따른 국내 산업 타격, 원자재 중 하나인 폐골판지 부족 등으로 인한 원가 부담 증가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