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로 간 덕선이네, 현실에서 개발 보상금은?

판교신도시 전경

지난 16일 종영한 '응답하라 1988' 마지막회에서 서울 도봉구 쌍문동을 뒤로하고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으로 이사간 덕선이(혜리)네의 선택은 결과론적으로 탁월했다. 덕선이네의 이사를 추천하고 같은 동네로 옮겨간 정봉(안재홍)이네 또한 마찬가지다.

이미 90년대 초 판교 인근 분당이나 용인 등지는 신도시로 바뀌는 과정에 있었지만 판교 일대는 개발이 더뎌지면서 '서울의 허파'로 꼽히며 전원생활을 노리는 사람들에겐 이주 1순위 동네로 떠올랐다.


물론 이 일대가 경부고속도로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용인서울고속도로 등이 교차해 교통이 편리한 지역으로 꼽혀 향후 개발 가능성이 있는 지역으로 예상돼 왔었다. 다만 판교일대는 1976년 남단녹지로 묶이면서 그동안 줄곧 그린벨트에 준하는 행정규제를 받고 있었다.

방송에서 이삿짐센터 아저씨가 '농사를 지으러 가냐'고 갸우뚱거리며 성동일의 속을 긁어놓은 이유기도 하다. 하지만 2년도 안돼서 상황은 급변했다.

판교토지이용계획도

◆ 4~5년만에 땅값만 3배 가량 오른 가격에 실거래돼


1996년 말부터 분당구 판교 일대는 신도시 개발설이 나돌기 시작해 건물에 수천만원의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고, 토지 70％정도가 외지인 소유가 되는 등 투기 붐이 일어난다.

예상대로 1998년 6월 성남도시기본계획에 따라 이 일대가 개발예정용지로 지정되면서 개발이 본격적으로 도마에 올랐다. 무분별한 투기가 이어지자 국토교통부(당시 건설교통부)는 2001년까지 건축허가 제한조치를 취하도록 해 개발을 억제하기도 했다.

그 사이 땅값은 천장을 모르고 치솟았다. 17일 국토부 등에 따르면 1997년 3.3㎡당 70만~100만원 사이에 거래됐던 판교동 일대 토지가격이 2000년엔 최대 3.3㎡당 350만원대에 거래됐다.

덕선이네가 판교 일대 개발 전 부동산을 매각했어도 2배 이상의 차익을 거둘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성동일의 퇴직금 2억원을 전부 토지 딸린 집을 사는데 투자했어도 4~5년만에 6억원은 받을 수 있었다는 것. 당시 이런 차익을 노리고 위장전입을 한 사람들이 정부 일제조사에서 160명이 적발되기도 했다.

덕선이네가 만일 2000년 초에 집을 팔지않고 몇 년 더 기다렸다면 차익은 더 커졌다. 2003년 말부터 이 일대 토지 보상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2003년 말부터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운중동·삼평동 등 판교 신도시 개발지구 내의 사유지에 대한 토지 보상을 시작해 2005년 초까지 3115명에게 총 2조5189억원을 보상비로 지출했다.

1인 평균 8억3000만원이다. 여기에 건물보상분까지 합치면 적어도 1인당 10억원이 넘는 보상금이 주어진 셈이였다. 국토부에 따르면 당시 분당에 사는 지 모씨는 3만9675㎡의 임야 및 농지 등을 매입했다가 토지 보상비로 283억원을 받았고, 정 모씨도 2만1406㎡의 땅을 집중 매입했다가 보상비로 210억원을 챙겼다. 이들의 땅 매입시기는 1998∼1999년이었다.

◆개발 이후 아파트 값도 치솟아… 지난해말 기준 3.3㎡당 2320만원

개발 과정에서 덕선이네가 적절한 보상금을 받은 이후 판교에 다시 아파트를 분양받고 살았다면 그 차익은 더 커진다. 정부와 건설업체 간 줄다리기로 분양가 책정에만 수 년이 걸렸던 판교 신도시 아파트 분양은 2006년 4월에 진행됐다.

당시 평균 분양가는 3.3㎡당 1176만원. 특히 당시 분양물량의 30%는 2001년 12월26일 이전 성남에 거주한 지역주민에게 우선 배분됐었다. 당첨자는 '로또' 당첨에 버금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향후 시세 상승이 당연시됐다. 정부에서도 2006년 10월부터 판교와 분당 일대 분양권 전매 행위에 대한 집중 현장 단속에 들어갔었다.

당시 판교 일대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면서 분양권은 중소형의 경우 10년간, 중대형은 5년간 전매가 각각 금지됐다. 불법으로 전매를 시도하거나 알선하다 적발되면 당첨 취소는 물론이거니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됐다.

하지만 시세가 오르는 것은 막지 못했다. 당시 덕선이네가 판교신도시 아파트를 분양받았다면, 현재 성동일의 얼굴은 웃음꽃이 폈을 것이다. 판교 아파트 가격이 서울 송파구 아파트 가격을 훌쩍 넘어섰기 때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5년 12월 말 기준 판교신도시 아파트의 3.3㎡당 평균 매매가는 2320만원으로 인근 분당신도시(1541만원)는 물론 송파구(2257만원)도 뛰어넘었다. 2015년 한 해 동안에만 판교 아파트 가격이 평균 5% 넘게 올랐다.

경기도부동산포털에 따르면 삼평동 봇들마을 '휴먼시아8단지' 전용 84㎡는 지난해 초 8억5000만~8억8500만원대에 주로 사고팔리다가 연말부터 9억~9억2500만원에 실거래됐다.

2013년 초만 해도 7억원대에 거래됐고 그해 말 8억원 선을 겨우 넘긴 이 아파트는 2006년 첫 분양 당시 분양가가 3억9200만원이었다. 분양 10년 만에 매맷값이 두 배 뛰고도 최소 1억원이 더 오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