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조산업, '전 前대통령 사돈기업' 1천억에 인수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돈 이희상씨의 회사 동아원 (999원 ▼6 -0.60%)과 지주사격인 한국제분의 경영권이 사조산업 (36,200원 ▼300 -0.82%)에 팔렸다. 사조산업은 계열사 3곳과 컨소시엄을 꾸려 10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두 회사 경영권을 인수했다.

1일 M&A(인수합병) 업계에 따르면 동아원과 모회사 한국제분 매각 주관사 산업은행 M&A실과 EY한영회계법인은 이날 사조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경영권 양수 협상을 마쳤다. 사조컨소시엄에는 사조산업과 그 계열사인 사조씨푸드 사조해표 사조대림이 참여했다.


두 주관사는 지난달 19일 매각 공고에서 밝힌 공개 경쟁입찰 방식을 포기하고 사조컨소시엄으로부터 직접 투자를 유치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워크아웃 중인 동아원과 한국제분이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어 시간이 촉박했고 공개 경쟁입찰 방식으로 거래 종결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거래 방식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이번 거래는 사조컨소시엄이 1000억원을 동아원과 한국제분에 조달하는 대신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같은 규모의 신주를 받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거래대금 납입이 완료되면 사조컨소시엄은 동아원 그룹 지주회사인 한국제분 지분 83%를 갖게 된다. 액면가(500원) 기준 2억주 규모다.

이는 앞서 업계에서 추정하고 있던 증자금액 3000억원 수준에 못 미치는 가격이다. 동아원은 이날 금융감독원 공시를 통해 "동아원과 한국제분의 자금 부족 상태와 대외 신용도 하락 등을 고려해 1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게 됐다"고 밝혔다.


주관사 측은 "사조컨소시엄과의 거래를 오는 4월15일까지 마칠 예정"이라면서도 "다만 거래를 승인한 채권금융기관협의회 결정에 따라 일정에는 변동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거래 후 지분이 희석되는 이희상 한국제분 회장은 한국제분의 2대주주로 내려앉게 된다. 거래 전 이 회장의 한국제분 지분율은 지난해 말 기준 24.4%다. 지난달 말 기준 이 회장은 동아원 지분 4.7%도 보유하고 있다. 한국제분이 동아원 지분 39.32%를 가져 이 회장이 한국제분과 동아원에 모두 경영권을 행사하는 구조였다.

앞서 동아원과 한국제분은 지난해 12월 말 만기인 304억원 규모 회사채 상환에 실패해 같은 달 29일부터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 절차에 들어갔다. 이에 앞서 이 회장이 한국제분과 동아원 경영권 매각을 시도했지만 회사채가 걸림돌이 돼 매각에 실패했다. 당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JKL파트너스-하림 컨소시엄과 차순위 협상대상자였던 한화자산운용-신송식품 컨소시엄이 모두 이 회장이 내세운 회사채 상환 조건을 거절해 거래가 깨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