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지원자라면 먼저 자신의 줏대부터 세워라

현대차 자소서 문항은 지난 2015년 하반기 채용시 한번 바뀌었기 때문에 올해는 그 틀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제시됐다. 올해 제시된 현대차 자소서의 분량은 최대 3000자다. 사실 3000자 정도의 자소서는 금융권에 비하면 많은 양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지원자들이 이공계생인 것을 감안하면 몇날 며칠을 새야할 분량이다.

▷1번 항목 : 이 문항을 작성하기 위해서는 먼저 본인이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먼저 생각하고, 그에 맞춰 기억에 남는 최고의 순간을 선정하는 식으로 생각을 전개해야 한다. 자신의 삶 중에서 최고의 순간이라고 가치를 부여한 것이라면 그 의미가 분명해야 하는데, 단순하게 상을 탔다든가 돈을 벌었다든가 성적이 향상됐다는 에피소드는 일차원적인 성취에 불과하다.

만약 이런 식의 상황을 베스트(Best)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삶의 지향적 가치관이 아직 형성되지 않은 사람이라고 판단되기 쉽다. 그리고 지원자에 대한 이런 판단은 ‘나아갈 길이 정확하지 않은 사람은 회사 생활에 적응이 쉽지 않다’는 일반적인 경험치가 더해져 서류 통과가 힘들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돼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삶에 있어서 최종 목표로 삼을 만한 가치관이 무엇인가를 먼저 설정하는 것이다. 이때 주의할 것은 원하는 목표가 꼭 물질적인 성공,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어도 된다는 것이다. ‘남들에게 믿음을 주는 신뢰의 삶’, ‘그 친구라면 믿을 수 있다라는 평가를 듣는 삶’처럼 가치지향점을 기술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정확히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관이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이다.

자신이 지향하는 삶을 설정하면 ‘기억에 남는 최고의 순간’도 한결 선정하기기 수월해진다. 흔히들 최고의 순간을 찾을 때 어떤 업적 같은 ‘블링블링’한 소재만 찾으려는 경향이 있는데, 대학생의 삶에서 그런 화려한 순간은 무척 제한되어 있다. 성적이 잘 나왔던 이야기, 목표했던 시험에 합격한 이야기, 공모전에서 상을 탔던 이야기 등이 대부분인데 과연 이런 소재들이 자신의 가치관을 잘 보여주는지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사실 이 질문은 2번과 3번 항목의 가이드가 되는 항목이다. 자신의 가치관, 원하는 삶을 설정하고 그것을 성취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으로 ‘현대차’, 그리고 ‘해당 직무’에 지원하게 됐다는 자연스러운 흐름을 만드는 것이 포인트가 된다. 흔히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성’이라는 말을 한다. 개인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이 항목이다. 어쩌면 이 항목은 단순한 기업 자소서의 문항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 대해서 한 번 더 돌아볼 수 있게 만드는 아주 성찰적인 문항일 수도 있는 것이다.


▷2번 항목 : 이 항목은 자세히 보면 본인의 회사 선택 이유다. 보통 회사 지원동기라고 했을 때는 ‘대학 수업시간에, 혹은 공모전을 하면서, 혹은 여러 가지 루트로 이 회사를 알게 됐고 이를 계기로 이 회사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식이다. 하지만 이 질문의 요지는 그런 쓸데없는 ‘계기’ 말고 현대차가 지원자에게 매력이 있었던 기준을 정확히 쓰라는 것이다.

1번 항목에서 이야기했던 ‘본인이 평생의 삶을 통해서 이룩하려고 하는 제1의 가치’를 현대차에서 발견했기 때문에 현대차에 지원한다는 연결이 가장 바람직하다. 평생 동안의 삶을 통해 지향하는 바를 자신의 직업을 통해서 이룩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그 직업에 대한 열정과 신뢰를 담보할 수 있다는 말과 같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추구하는 가치와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의 싱크로율이 높다면 이런 진술이 한결 수월할 것이다. 많은 지원자들이 억지로라도 현대차의 가치에 자신의 가치를 맞추려고 하기 때문에 차별화 되지 않는다.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먼저 설정하되 현대차의 가치와 맞으면 좋고, 그렇지 않다하더라도 유사한 점을 찾아 그런 식의 가치를 담보해 줄 수 있는 곳이 현대차여서 지원하게 됐다는 식으로 진술하면 된다.

주의할 점은 이 항목을 쓰다 보면 자칫 그 회사 칭찬으로 흐르기 쉽다는 점이다. 회사의 퍼포먼스와 가치를 늘어놓는 식이 될 수도 있는데 이런 내용은 자소서를 읽고 있는 회사 담당자들이 더 잘 알고 있다. 게다가 앞에 읽은 자소서에서 이미 비슷한 내용을 지겹도록 읽은 후일 것이다. 그러니 자신이 생각하는 현대차의 가치를 찾아서 강조하는 것도 좋은 차별화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3번 항목 : 이 항목은 현대차 자소서의 전통적인 문항이다. 한동안은 현대차 공채에서 자소서 항목이 단 하나만 출제되곤 했었는데, 바로 이 문항이었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현대차 자소서 문항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도 있겠다.

이 문항에 대해서 올바로 답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줄거리와 방향성이 필요하다. 자신이 해당 직무에 지원하게 된 이유가 전공과 맞는다면 해당 학과에 지원하게 된 계기부터 자연스럽게 이어서 작성하면 된다. 어떤 일을 이룩하고 싶어서 이러한 직무가 하고 싶었고, 그러한 직무를 하기 위해 대학교 전공도 그렇게 선택했다는 식의 진술이 가장 자연스럽다. 만약 지원 직무가 자신의 전공과 관계가 없다면 전공이 아닌데도 이 직무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를 밝혀야 할 것이다.

그 직무에 대한 자신의 적합도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자신의 전공과 배운 과목 그리고 직무적인 교육 등을 내세우는데 이런 지식적인 적합도만 내세워서는 분량을 채우기 어렵다. 따라서 자신의 성정이 그 직무와 적합하다는 서술이 필요하다. 이 경우 직무에 필요한 태도나 자세 등에 대해서 먼저 정리하고, 그러한 태도나 자세를 보여줄 수 있는 자신의 에피소드를 자연스럽게 연결시켜야 한다. 물론 앞서 설정했던 삶에서 실현하고자 하는 자신의 가치와도 연결돼야 할 것이다.

▷총정리 : 사실 현대차 지원자의 대부분은 이공계생이다. 그 때문인지 현대차의 채용 과정을 보면 오히려 인문학적인 소양을 많이 부각시키는 측면이 있다. 인적성시험 과정에서 역사에세이가 출제되는 것만 봐도 남다르다. 검증 과정에서 전공 지식 수준은 비슷하다고 판단될 경우 그 다음 차별화 포인트는 인문학적인 소양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현대차 자소서 문항을 보면 단순히 기술적으로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 올바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을 뽑겠다는 느낌이 강하다. 어떻게 하면 인사담당자 마음에 드는 글을 쓸까 고민하기 보다는 내 인생의 가장 중요한 가치관은 무엇이고 그것을 현대차 안에서 어떻게 구현할까를 고민하는 것이 우선이다. 현대차 자소서를 쓰기 위해서는 자신의 줏대를 세우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되는 일이라는 것이다.

◇ 이시한 성신여대 겸임교수는… 연세대학교 국문과 졸업, 동대학원 석사 졸, 박사 수료. 성신여대 겸임교수, 상명대 자문교수. PSAT, LEET등과 기업의 인적성 검사분야 스타강사로 위키백과에 등재. tv N '뇌섹시대-문제적남자'의 대표 패널이자 MBN 예능프로그램 '직장의 신' 전문가 MC. 신문 등 미디어에 취업 및 진로를 주제로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