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의 역습'… 에너지기업 줄도산 '현실화'

국제 유가를 비롯한 에너지 가격 하락이 관련 기업들의 줄도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저유가의 역습이 본격화되면서 경제 분야 전반으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에너지 기업들이 투자 축소와 구조조정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지만 이미 상당수가 한계에 직면한 상황이어서 파산 도미노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 에너지 기업 파산 도미노 현실화
16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세계 최대 재생에너지업체인 선에디슨은 미국 연방 파산법 제11조(Chapter 11 protection)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하기로 했다.


앞서 13일 세계 최대 민간 석탄업체인 피바디 에너지가 파산보호를 신청했고 다음날 ‘에너지 XXI’는 출자전환으로 급한 불을 껐다. 지난 15일에도 원유생산업체인 굿리치 페트롤리엄이 파산보호 신청 서류를 제출했다.

2014년 여름 이후 계속된 국제 유가 하락으로 이미 북미 지역에서만 60개 원유 및 가스 업체가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 캐피털IQ에 따르면 지난해 파산보호를 신청한 전세계 에너지 관련 기업은 총 58개로 증가했다. 전년도 20개보다 3배 가까이 급증한 셈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가장 많았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로렌스 핑크 회장은 “최대 400개 에너지 관련 기업이 파산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 에너지 기업 신주 1/6 토막, 금융권도 타격
이같은 에너지 기업들의 연이은 파산보호 신청은 그 피해가 투자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지난해 에너지 기업들이 증시에서 조달한 자금은 180억달러(약 20조 664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현재 이들 주식 가치는 30억달러(약 3조 4440억원)에 불과하다.

실제로 굿리치의 경우 지난해 주당 4.15달러에 신주를 발행, 총 5000만달러(약 574억원)를 조달했다. 하지만 현재 굿리치의 주가는 5센트 수준에 불과하다. 투자금의 약 99%가 허공으로 날아간 셈이다.

에너지 기업들의 줄도산은 은행 등 금융권에도 직접적인 타격이 되고 있다. 에너지 기업에 대한 대출이 부실해 지면서 대손충당금을 추가 적립해야 하는 상황이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들의 실적이 급감한 원인 가운데 하나다.

웰스 파고는 에너지 부문의 손실에 따른 충당금을 1분기에 5억달러(전분기 대비) 늘어난 17억달러를 쌓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와 JP모건도 각각 5억달러 이상을 추가 적립했다.

◇ 에너지 기업들,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에너지 기업들은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대규모 감원에 이어 투자 규모를 대폭 줄이고 있다. 실적 악화로 배당금까지도 삭감하고 있는 실정이다.

엑손모빌과 BP 로열더치쉘, 쉐브런 등 4대 메이저 업체들은 올해에만 약 200억달러의 비용을 줄이고 1만명이 넘는 직원을 감원할 계획이다.

브라질의 국영 회사인 페트로브라스는 2019년까지 자본지출을 320억달러 줄이기로 했고 미국 정유업체 쉐브런도 올해 투자비를 24% 삭감하기로 했다. 쉘도 투자규모를 20억달러 축소하기로 했다.

아시아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해양석유(CNOOC)는 올해 자본지출 규모를 11% 줄이기로 했고 말레이시아의 국영 에너지업체인 페트로나스도 앞으로 4년 동안 113억7000만달러의 자본 지출을 줄일 계획이다.

배당금 규모도 급감하고 있다. 북미 최대 송유관 운영기업인 킨더 모건은 분기 배당금을 75% 줄이기로 했고 코노코필립스와 아코 페트롤리엄도 배당금을 각각 24억2000만달러와 4억4700만달러 삭감했다. 에너지 업계 전체 배당금 삭감 규모는 총 74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