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의 '백지주문', 라인 泰 국민메신저 된 비결

신중호 라인 최고글로벌책임자(CGO)

“알고 있는 걸 다 잊고 가라. 백지에서 시작하라.”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이사회 의장이 2008년 신중호 당시 네이버 검색센터장에게 라인주식회사를 맡기며 했던 말이다.

3일(현지시간) 태국 방콕에서 열린 ‘라인 태국 미디어데이’에서 신중호 라인 최고글로벌책임자(CGO)가 밝힌 라인 초창기 일화다. 그렇게 시작된 라인은 네이버의 분기 매출 1조원 시대를 앞당길 핵심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1분기 937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 중 1/3 이상이 라인이 거둔 실적이다.


이미 라인은 일본과 태국, 대만에서 현지인들이 가장 많이 즐겨 쓰는 모바일 메신저다. 특히 태국의 경우 모바일의 급격한 발전과 함께 진출 2년 만에 국민 절반인 3300만명이 사용하는 ‘국민 메신저’로 거듭났다. 지난해 유고브(YouGov) 조사에 따르면, 태국 내 라인의 브랜드 인지도는 페이스북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이는 유튜브와 구글을 제친 순위다.

신중호 CGO는 글로벌 시장에서 ‘라인’이 빠르게 입지를 확보할 수 있었던 비결로 ‘문화화(Culturalization)를 꼽았다. 그는 “흔히 '현지화‘를 많이 사용하는데 우리의 관심은 문화화”라며 “한국 서비스를 중심으로 보고 현지에 맞추는 게 아니라 현지 문화와 융합될 수 있도록 서비스를 내놓는 것이 바로 문화화”라고 설명했다.

신 CGO는 이를 위해선 현지문화를 이해하고 현지에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현지인들의 사고를 따라가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태국법인 역시 법인장을 비롯해 100% 현지 채용을 진행해온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또 현지 사용자에 대한 연구 결과를 사업에 연계하는 R&D 전문 부서를 설립하고 서비스 기획과 개발, 운영까지 모든 과정을 태국법인이 총괄토록 할 예정이다.

아리야 바노미옹 라인 태국법인장이 3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라인 태국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라인의 태국 내 현황과 미래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날 라인 태국법인은 라인을 스마트 포털로 진화시키겠다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아리야 바노미옹 라인 태국법인장은 “라인은 태국인의 실생활에 유용하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마트 포털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새로 공개한 일종의 심부름 서비스 ‘라인맨’이 대표적이다. 모바일을 통해 생필품이나 음식을 배달해주는 ‘라인맨’은 태국법인에서 처음 선보인 서비스로 배달음식이 많은 태국에서 빠르게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태국에서 지난해 첫선을 보였던 ‘라인TV’는 800만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라인을 통해 공개한 드라마 ‘호르몬3’(Hormones3)시리즈는 1억8000만이상의 재생수를 기록하며 콘텐츠 유통 플랫폼으로서 입지를 과시했다. ‘라인뮤직’도 태국 제1 미디어그룹 GMM 등과 제휴해 태국 내 최다 음원을 보유하면서 음악스트리밍 서비스 강자로 등극했다. 간편결제 서비스 ‘라인페이’도 1년 만에 150만명의 회원을 확보하며 태국인의 생활 곳곳에 침투하고 있다.

바노미옹 법인장은 “태국 스타트업들과 협업해 스타트업 에코시스템을 구축하고 태국 법인에서 만든 현지화 서비스가 한국, 일본 등 다른 국가로 퍼져 나가는 역수출 사례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신 CGO도 “미국 기업들은 미국 표준을 만들고 따라오라고 하면 되지만 우리는 같은 방식으로 싸울 수 없다”며 “철저한 문화화 이를 통해 탄생한 신규서비스들이 글로벌시장으로 확산되도록 이끌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