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국민연금 채권투자 시중금리 더 낮춰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출시된 지난 3월 14일 서울 KB국민은행 명동영업부에서 고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최근 단기 시장금리가 기준금리(1.5%)보다 낮게 형성된 배경이 경기부진에 따른 기대 인플레이션 하락 이외에도 퇴직연금, 국민연금 등 대형 연기금들이 안전자산인 채권투자를 늘린 영향이 크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정성태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24일 발표한 ‘대외교란 요인 없으면 당분간 저금리 지속’ 보고서에서 “최근 시중금리 하락 폭은 중앙은행 저금리 정책의 자연스러운 결과로 인식하기에 다소 큰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밝혔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5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둔 지난 10일 1.412%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이보다 소폭 오른 1.47% 안팎에서 형성되고 있다.

이는 시장에서 형성된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수치가 낮은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물가연동국채와 일반국채의 금리 차이로 측정한 우리나라의 향후 10년간 인플레이션 기대수치는 0.6%에 불과하다. 이는 일본(0.38%)보다 높지만 미국(1.61%), 독일(1.02%) 등 주요 선진국보다 낮다.

보고서는 이와 관련 “중앙은행이 물가상승률 목표수치를 제대로 안착시키지 못한 탓도 있지만 금융시장에서 국고채 수요가 몰려 국내경제 펀더멘털에 비해 국고채 금리가 더 낮아진 영향이 크다”며 “향후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도 일부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최근 납입액이 급증한 퇴직연금과 국민연금이 안전자산인 국고채 투자를 늘리면서 수요가 확대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5년 도입된 퇴직연금은 적립금 규모가 2009년 14조원, 2012년 67조3000억원, 2015년 126조원으로 매년 15조원 이상 증가하는 추세다. 매년 증가하는 퇴직연금 적립금 90% 가량이 원리금 보장형으로 운용돼 국채 매입이 늘었고 이 영향으로 시중금리 하락세를 부추겼다는 평가다.

또한 매년 수입 보험료가 20조원씩 증가하고 있는 국민연금도 전체 기금의 절반 이상을 국내 채권에 투자해 시중금리 하락세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퇴직연금과 국민연금의 채권투자 규모는 2012년말 160조원에서 지난해말 225조원으로 3년사이 85조원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투자자들의 국채보유 비율은 2009년 이후 증가했으나 국제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매수규모가 점차 줄어들고 있어 시장금리에 영향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추정된다.

주가연계증권(ELS), 파생연계증권(DLS) 발행 증가와 연금 적립금 확대로 채권수요는 늘었으나 공급은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 국채, 회사채를 포함한 전체 채권발행 규모는 2012년 분기당 평균 148조원에서 2015년 168조원으로 20조원 안팎 증가하는데 그쳤다.

보고서는 이와 관련 “전체적으로 국채를 제외하고는 채권발행 물량이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며 “경기부진이 이어지고 일부 산업 위험요인이 부각돼 소수 우량기업을 제외하고는 채권발행을 주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측면을 고려할 때 당분간 시장금리는 낮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정성태 연구원은 “전 세계적으로 저성장, 저물가 기조가 유지되고 있는데다 영국의 EU탈퇴 가능성, 중국경제의 부진, 브라질 등 신흥국 경제불안 등으로 위험기피 현상이 이어져 당분간 저금리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다만 저금리 현상은 미국 연준(Fed) 금리인상이 변수다.

올해 미국경제 성장률이 2%대를 기록하고 최근 수개월간 유가가 급등해 물가상승률도 반등한 점을 고려하면 올해 미국이 1~2회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있다. 이럴 경우 각국 이자율 동조화 현상으로 시중금리가 단기간에 기준금리를 웃돌게 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