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투자 실패 책임' 대우증권 상대 손배소 패소 확정

대법원/사진=뉴스1

국토교통부가 대우증권과 자산운용약정을 통해 예치한 국민주택기금 중 돌려받지 못한 80억원 상당을 반환하라고 소송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25일 국토교통부가 대우증권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국토교통부는 2012년 7월 국내 자산운용사들을 상대로 국토교통부가 관리하는 국민주택기금 여유자금 3000억원에 대한 유동성자금 실적배당형 상품 입찰을 요청했다. 대우증권은 웅진홀딩스 발생 기업어음(CP) 300억원을 포함한 총 투자금액 500억원의 제시서를 제출해 낙찰받았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대우증권과 자산운용약정을 체결하고 국민주택기금 여유자금 중 500억원을 예치했다.

그런데 웅진홀딩스는 같은해 9월 회생절차개시 신청을 했다. 이에 웅진홀딩스의 CP 신용등급 및 단기신용등급은 D로 낮아졌다. 이듬해 2월 회생계획이 인가될 때까지 대우증권은 CP를 매도하는 등의 별도의 조치는 하지 않고 지급받은 여유자금 500억원 중 수시형으로 예치받은 200억원에 대해 매수와 매도를 반복해 운용했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대우증권이 웅진홀딩스 투자를 결정할 때 투자적합성을 면밀히 검토하지 않고 계약 체결 과정에서도 이를 설명하지 않아 국가가 CP에 투자한 여유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손해를 입었다"며 "채무불이행 및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금 300억원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국토교통부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재판부는 "대우증권은 자산운용약정 체결 과정에서 300억원을 해당 CP 매입에 사용하겠다고 제안했고 국가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별도의 계약서 없이 여유자금을 예치했다"며 "이 같은 절차에 따라 이뤄진 자산운용약정은 대우증권이 CP를 보유하면서 그에 따른 수익을 국가에 지급하는 형태의 성격을 띤다"고 판단했다. 투자일임계약의 요건을 갖추지 못해 대우증권이 임의 판단에 따라 어음을 매수·매도 할 수 있는 권리가 없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또 "자산운용약정 체결 당시 해당 CP의 신용등급이 A2-였던 이상 대우증권이 부적합한 종목을 선정한 것이라 할 수 없고, 국토교통부에 투자종목을 제시하면서 부정적 전망이 담긴 NICE신용평가 보고서를 제출했으므로 CP에 대한 설명 및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2심에 이르러 국토교통부 측은 "대우증권과 맺은 자산운용약정이 구 국가계약법이 규정한 요건이나 절차를 거치지 않아 무효이며 법률상 원인 없이 수령한 500억원은 부당이득이므로 회수하지 못한 80억원 상당을 반환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또 "대우증권이 국토교통부의 자산을 관리할 의무가 없는데도 관리한 것은 사무관리 행위"라며 "이 경우 대우증권은 국토교통부의 의사에 적합하도록 관리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도 국토교통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대우증권은 국가로부터 지급받은 국민주택기금 여유자금 500억 원 중 300억 원을 국가의 단기자산에 CP를 편입시킨 뒤 그 관리권한을 반환했으며 국가가 웅진홀딩스의 회생채권자로서 해당 CP의 원리금을 변제받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대우증권이 자산운용약정으로 인해 이유없이 얻은 이익은 없다"고 판단했다.

대우증권의 CP의 관리행위가 사무관리 행위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국가의 사무에 대한 사인의 개입이 정당화되기 위한 '사무 처리의 긴급성'이 있었던 경우라거나 사무관리에 준하는 행위라고 평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