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홈쇼핑, 초유의 방송중단 '중징계' 이유는?

롯데홈쇼핑이 6개월 동안 하루 6시간씩 프라임 시간대 방송을 중단하게 됐다. 국내 방송 역사상 방송을 중단하는 중징계는 처음이다. 이는 현행 방송법 상 징계규정이 촘촘히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래창조과학부는 27일 롯데홈쇼핑에 4개월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9월28일부터 6개월간 일 6시간(오전 8~11시·오후 8~11시) 업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는 방송법 18조 및 시행령에 따른 조치다. 이에 따르면 방송사업자가 허위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재승인을 얻으면 6개월 업무정지 또는 허가·승인 유효기간 6개월을 단축할 수 있다.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4월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배임수재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임원들의 이력을 사업계획서에 누락시켰다. 이를 적발한 감사원이 미래부 측에 징계를 요구하면서 이번 조치가 취해졌다.

하지만 6개월 간 주요 시간대 방송을 중단토록 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울러 롯데홈쇼핑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는 중소 협력업체들의 경영난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미래부는 중소기업 부담 가중에 대한 고민이 있었지만 현행 제도에 따라 6개월 업무정지 처분을 결정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통상적으로 업무정치 처분은 그 기간을 세분화하거나, 3개월 이하 등 정부의 판단에 따라 수위를 조정할 수 있다. 하지만 방송법 시행령은 '6개월'로 그 기간을 명시하고 있다. 관리·감독기관의 재량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

미래부 관계자는 "현행 법령상 6개월로 기간이 확정돼있기 때문에 이를 조정할 권한은 미래부에 없다"며 "중소 협력기업의 피해를 막기위해 상대적으로 중소기업 제품 편성비율이 낮은 시간 대로 업무정지 시기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업무정지를 대체할 과징금 규모 역시 적다. 방송법 19조 및 시행령은 업무정지 처분이 시청자에게 심한 불편을 주거나 기타 공익을 해할 우려가 있으면 5000만원 이하의 과징금 처분으로 갈음할 수 있도록 한다.

롯데홈쇼핑의 죄질에 비해 과징금 수준이 현저히 낮은 셈이다. 미래부가 6개월 업무정지라는 중징계를 선택한 이유다.

미래부 관계자 역시 "현행 홈쇼핑 과징금은 정액으로 규정돼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과징금 액수가 매출액에 연동될 수 있도록 방송법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향후 방송법이 개정되면 과징금 규모를 크게 늘려 홈쇼핑 입점 협력업체의 부담을 야기하는 업무정지 처분을 피할 수 있도록 할 것으로 보인다.

재승인심사 과정에서 롯데홈쇼핑의 고의적인 자료누락 여부도 이번 중징계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당시 미래부는 전직 임원의 배임수재 혐의 누락 여부를 다시 확인할 것을 요청했지만 롯데홈쇼핑은 해당 임원이 이전 계열사 근무시 금품을 받은 것처럼 사실관계를 왜곡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6개월 업무정지 시간 대에 매출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시간을 잡은 것 역시 이에 대한 미래부의 '괘씸죄'가 적용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래부는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롯데홈쇼핑이 재승인 보고서에 일부 사안을 누락함으로써 과락(재승인 탈락)을 면하게 됐다"며 "승인 여부가 뒤바뀔 정도의 중대한 사안인 만큼 이에 비례해 징계 수위를 조절했으며, 이 과정에서 미래부의 재량은 중소기업 보호를 위한 업무정지 시간대 조정을 제외하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