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학구조개혁평가, 오진한 의사가 수술 나선 꼴"

(서울=뉴스1) 이진호 기자 =

2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다산관에서 열린 2016 학술단체협의회 연합심포지움 '대학평가의 이데올로기와 정부재정지원정책 비판'에서 반상진 전북대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2016.5.27/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과거 사립대 증가를 부추겼던 정부가 반대로 최근 대학구조개혁평가를 통해 정원 감축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오진한 의사가 수술까지 하는 모습"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구조개혁평가와 정부재정지원사업 등 정부의 대학에 대한 각종 평가는 결국 대학을 '통제'하려는 게 목적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27일 학술단체협의회와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는 '지구화시대, 대학의 위상과 역할:한국대학의 선 자리 갈 길' 연합 심포지움을 서울 마포구 서강대에서 개최했다. '대학평가의 이데올로기와 정부재정지원정책 비판' 세션에서 참석자들은 정부의 대학평가 정책에 대해 비판을 쏟아냈다.

김성재 조선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평가는 '대학설립준칙주의'를 천명했던 과거 정부 정책과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잘못된 정책을 편 주체가 다시금 이에 손대는 것은 마치 환자를 오진해 놓고 수술에 나선 꼴이라는 지적이다.

김영삼 정부 시절 도입된 대학설립준칙주의는 규제를 대폭 완화해 대학 설립을 자유롭게 한 정책이다. 한 마디로 최소한의 요건만 갖추면 대학 설립을 할 수 있는 제도였다. 본래 취지는 다양한 소규모 대학 설립으로 대학 간 경쟁을 강화해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최근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각종 지표를 이용한 평가를 통해 대학 정원을 조정하는 대학구조개혁평가를 진행했다. 설립준칙주의와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교육부는 대학을 A부터 E까지 다섯 등급으로 나눴다. A등급을 제외한 대학은 평가등급에 따라 정원을 감축해야 한다. 하위 등급을 받을수록 더 많은 정원을 줄여야 한다.

이렇듯 대학구조개혁평가는 과거 자율화를 추구해 사립대 증가를 부추긴 정부 정책과 배치된다는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비대해진 대학을 정부가 마련한 평가기준을 적용해 강제로 대학을 축소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마치 병에 걸린 대학이라는 환자를 치유하는 데 오진한 의사가 집도까지 하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무엇보다 강제적 대학구조개혁의 방향은 그동안 평가 목적으로 표방됐던 대학의 경쟁력 강화와 대학교육의 질 제고와는 거리가 멀다고 봤다.

그는 "이렇게 사립대학을 구조조정하면 대학서열의 고착화와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면서 "현재의 서열화된 대학체계에서 주변으로 밀려난 대학을 철저하게 황폐화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용 청주교대 초등교육과 교수는 구조개혁평가를 비롯한 정부 재정지원사업 평가는 대학을 '통제'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교육부가 주관하는 각종 평가에 대해 "평가와 직접 관계가 없는 교육부 정책에 순응하도록 유도하는 평가지표 활용이 늘어나고 있다"며 "대학의 교육부에 대한 순응을 강화하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일부 정부재정지원사업은 사업과 직접 관계 없는 교육부 정책 수용 여부를 지표에 포함해 가산점을 줬다.

'지방대학 특성화 사업'을 예로 든 김 교수는 "3년간 정원 감축 실적과 학과 통폐합 노력, 국립대의 경우 총장직선제 여부, 사립대의 경우 대학 평의원회 구성 여부 등 교육부 정책 수용 여부를 평가 지표에 포함해 대학이 교육부 정책에 순응하도록 유도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이어 "대학에 순응을 강요하는 것은 행정의 민주화라는 원칙에도 어긋나며 헌법에 보장된 대학의 자율성을 해친다"고 꼬집었다.

반상진 전북대 교육학과 교수도 "대학 입학정원을 줄이는 것은 대학 재정이 축소되는 것을 의미한다"며 "정원을 줄이겠다고 이야기하는 순간부터 대학은 더 크게 긴장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해 정부의 평가가 대학을 통제하는 수단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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