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입주기업, 정부 지원 대책 수용 '불가'

정기섭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위원장이 3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스1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정부가 제시한 공단 가동 중단에 따른 지원 대책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의했다. 입주기업들은 다음 달 정부에 방북도 요청할 예정이다.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는 3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긴급총회를 열어 정부가 발표한 지원 대책에 대한 수용 여부를 주요 안건으로 다뤘다. 그 결과 참석자 대다수가 "정부가 내놓은 지원 방안은 실질적인 보상이 될 수 없다"고 반대하면서 수용치 않기로 결의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정부가 발표한 지원 대책이 미흡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입주기업들은 자체 조사한 피해 규모와 정부가 파악한 피해 금액 차이가 크다고 지적했다. 정부 지원 대책의 실효성이 낮다는 비판도 제기했다.

정부는 지난 27일 정부합동대책반 제6차 회의를 열어 입주기업 피해 규모를 총 7779억원으로 확정했다. 정부는 입주기업 피해 규모를 고정자산 5088억원과 유동자산 1917억원, 미수금은 774억원 등으로 분석했다. 정부는 이번 조사 결과에 따라 피해 규모 가운데 67%에 해당하는 5190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하지만 정부가 내세운 피해 규모는 입주기업들이 자체 조사를 통해 발표한 고정자산 5654억원과 유동자산 2317억원, 위약금 1100억원, 미수금 375억원 등 총 9446억원과 18%가량 차이를 보였다. 참석자들은 이날 총회에서 "실질적인 보상과는 차이가 크다"며 정부가 제시한 보상 대책을 수용치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정기섭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입주기업들의 요구와 정부의 지원 방안은 시각 차이가 너무나 크다"며 "정부 결정으로 공단 가동이 중단되고 일터를 상실했는데 자연재해나 북측 결정으로 피해를 본 기업을 돕는 것처럼 방안을 내놓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밝혔다.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총회에서 다음 달 입주기업들의 개성공단 방북을 정부에 신청키로 결의하기도 했다. 최근 20대 국회가 개원한 것과 관련해 '개성공단 입주기업 지원 특별법'(가칭) 제정을 촉구하는 한편, 공단 재가동도 이슈화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정 위원장은 "장마철이 되기 전에 개성공단에 남아있는 기계설비를 점검하고 봉인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며 "북측 근로자들에 미지급된 임금을 정산하고 북측이 추진 중인 공단 내 남측 자산 청산을 막기 위해서라도 방북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의당을 시작으로 여야 원내대표들을 잇달아 만나 입주기업들의 실질적인 보상을 위한 특별법 제정과 함께 공단 재가동을 위한 논의도 국회에서 다뤄줄 것을 건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