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환능력 넘는 대출 권유, 법으로 막는다

앞으로 고객의 재산상황에 비춰 적합하지 않은 대출 등을 권유하는 행위가 법으로 금지된다. 판매행위 규제를 위반한 금융회사는 위반행위로 인한 수입의 50%까지 과징금을 부과받게 된다. 대출 중도상환수수료는 3년 이내까지만 부과할 수 있고 고객과 금융회사간 손해배상 소송시 금융회사의 입증 책임이 커진다.

금융위원회는 26일 이같은 내용의 '금융소비자보호 기본법(이하 금소법)' 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2012년 19대 국회에도 금소법 제정안을 제출했지만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자동폐기됐다. 이번에 마련된 금소법은 19대 국회보다 더 강화됐다. 19대 국회에서 여러 의원들이 비슷한 법안을 제출함에 따라 국회 논의 과정에서 합의된 내용들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금소법은 금융회사의 판매행위 규제를 강화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개별 금융법상 판매행위 규제를 총망라해 모든 금융상품의 판매에 있어 적합성, 적정성, 설명의무, 불공정영업행위 금지, 부당권유금지, 광고규제 등 6대 원칙을 준수토록 했다.


소비자의 재산상황에 비춰 부적절한 상품 구매 권유를 금지(적합성 원칙)했고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구매하려고 할 경우에도 재산상황에 맞지 않다면 이를 고지(적정성 원칙)해야 한다.

특히 대출성 상품에 대해 적합성, 적정성 원칙을 적용해 과잉 대출을 방지토록 했다. 또 대출모집인에게도 이 원칙을 적용하고 모집인의 위법행위로 인한 소비자 피해시 금융회사에 사용자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했다.

금융회사가 판매행위규제를 위반하면 해당 위반행위로 인한 수입의 5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징벌적 과징금 제도'를 도입했다. 판매행위 규제 위반으로 체결된 계약은 소비자가 5년 이내 해지할 수도 있으며 금융상품 관련 소비자의 현저한 재산상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면 판매제한을 명령할 수 있도록 했다.

논란이 많은 중도상환수수료는 대출계약 이후 3년 이내에만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소비자들의 금융상품 선택을 돕기 위해 금융상품간 비교 및 판매수수료를 공개하고 전문적이고 중립적인 자문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상품자문업을 신설키로 했다. 금융위원회에 금융교육 프로그램 개발의무, 금융소비자의 금융역량 조사 의무 등 다양한 역할을 부여해 금융교육도 강화한다.

금융소비자보호 체계도 구축한다. 금융위원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금융소비자정책위원회를 설치해 금융소비자 보호 정책을 결정토록 했다. 금감원에 판매행위규제 등과 관련한 검사권과 제재권, 금융회사 소비자보호실태평가 결과 공표 권한을 부여했다.

금융소비자의 사후 권리구제도 강화했다. 금융회사가 보관하고 있는 자료에 대한 소비자 접근권을 보장하고 금융회사의 무분별한 소송을 막기 위한 보완장치도 마련했다. 금융회사가 2000만원 이하의 사건에 대해 분쟁조정절차가 시작된 후 소송할 수 없도록 하고 분쟁조정과 소송이 경합할 경우 법원이 소송을 중지할 수 있는 '소송중지제도'도 도입한다.

특히 금융회사와 소비자가 소송을 벌일 때 적합성 원칙, 적정성 원칙, 설명의무 위반 여부의 입증책임을 금융회사로 전환, 소비자의 소송 부담을 완화했다.

금융위는 "그동안 제도개선을 통해 소비자보호를 강화해 왔지만 소비자 보호규제가 업권별로 상이하고 소비자 보호 제도가 관련 개별법에 산재하기 때문에 체계적인 소비자 보호가 어려웠다"며 "2012년 금소법 국회 제출 이후 많은 시간이 지난 만큼 그간의 국회 논의 사항, 정책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금소법 제정안을 오는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