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후임 상습폭행·연인 통화내용 감청한 20대, 집행유예

머니투데이

한정수 기자

군 복무 당시 후임병을 상습 폭행하고 후임병이 여자친구와 통화하는 것까지 엿들은 20대 남성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남성민)는 폭행 및 위력행사 가혹행위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모씨(22)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재판부는 또 박씨에게 160시간의 사회봉사를 할 것을 명령했다.

박씨는 지난해 4월부터 9월까지 육군 6보병사단 수색대에 근무하면서 후임병 2명을 상습적으로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씨는 후임병이 대답을 잘 못한다거나 여자친구랑 통화하면서 자신을 바꿔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뺨이나 어깨 등을 수십차례 폭행했다. 근무교대시 잠을 깨우기 위해 후임병을 때리기도 했다. 특히 자신의 성기를 만져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심지어는 아무 이유없이 폭행을 일삼았다.

박씨는 또 잠을 자고 있던 후임병을 깨워 여자친구의 신체 특징을 물어보는 등 음담패설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공중전화에 감청기를 설치해 후임병이 여자친구와 통화하는 것을 몰래 엿듣기도 했다.

재판부는 박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박씨가 전방에서 복무하면서 후임병들에게 지속적으로 폭력을 행사하고 가혹행위를 했다"며 "이로 인해 피해자들이 육체적 고통 못지 않게 정신적으로도 힘들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씨의 범행은 단순히 후임병들에게 개인적 피해를 입힌 것에 그치지 않는다"며 "군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군에 대한 일반인의 신뢰까지 해쳐 그 책임에 상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다만 "박씨도 신병 시절 가혹행위를 당해 큰 죄의식 없이 범행에 이른 점, 박씨가 일관되게 범행을 인정하면서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점, 피해자 중 1명과 합의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형의 집행을 유예한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