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프랑스, 2016상반기 대한민국 공연장을 달궜다

영국과 프랑스. 2016년 대한민국 상반기 공연장은 두 나라가 채웠다.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 서거 400년과 '한-불 상호교류의 해' 130주년을 맞아 각 나라의 대표작들이 대거 무대에 올랐다.

◇ '2016년 한국'과 만난 셰익스피어


올해 상반기 무대에 오른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원전을 그대로 올리기보다 현대적으로 또는 한국 상황에 빗대 다양하게 변주한 것이 특징이다.

4월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오른 서울시극단의 '헨리 4세-왕자와 폴스타프'는 셰익스피어의 사극을 현대적으로 훌륭하게 해석해냈다는 평을 받았다.

리차드 2세를 죽이고 무력으로 왕이 된 헨리 4세의 이야기지만 인간의 본능인 권력과 욕망에 초점을 맞춰 공감대를 높였다. 특히 현대적인 언어로 유쾌하게 풀어낸 각색은 극의 무게를 덜어내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전통을 자랑하는 극단들도 창단 기념 공연으로 셰익스피어를 택했다. 극단 백수광부는 창단 20주년 기념극으로 '셰익스피어의 '햄릿'에 오늘날 한국을 투영한 작품 '햄릿아비'를 올렸다. '햄릿아비'는 지난달 막을 내린 '제37회 서울연극제'에서 대상과 연출상, 연기상을 거머쥐었다.

창단 40주년을 맞이한 극단 76단도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을 비튼 '리어의 역'을 올렸다. 평생을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을 연기하다가 치매에 걸려 은퇴한 노배우의 삶을 통해 연극과 예술, 세상 이야기를 풀어낸다.

셰익스피어 작품은 하반기에도 계속된다. 당장 다음 달에는 이해랑 탄생 100주년을 기념 연극 '햄릿'이 개막한다. 연극계 거장들이 한데 모였다. 오는 9월에는 '햄릿'을 한국의 재벌 2세로 각색한 연극 '함익'이, 10~11월에는 '셰익스피어 발레 스페셜 갈라'가 개막한다.



◇ '한국 내 프랑스의 해'…프랑스 협연 프로그램 풍성

한·불 교류 130주년을 맞아 올해 3~6월까지 '한국 내 프랑스의 해' 행사가 다채롭게 열렸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예술가나 대표 극장과 협업한 작품이 연이어 관객을 만났다.

국립극장과 프랑스 샤요국립극장이 공동제작한 국립무용단의 신작 '시간의 나이'는 프랑스 대표 안무가 조세 몽탈보의 손에서 새롭게 해석된 한국무용을 선보였다.

국립극단은 프랑스 오를레앙 국립연극센터와 함께 연극 '빛의 제국'을 무대에 올렸다. 작가 김영하의 동명 소설을 연출 아르튀르 노지시엘이 새롭게 각색했다. 배우 문소리의 연극무대 복귀작으로 화제가 됐다.

각종 축제도 프랑스를 주목했다. 통영국제음악제악제와 부산국제연극제는 프랑스 주간을 마련해 프랑스 작품을 소개했으며, 안산국제거리극축제와 수원화성국제연극제에선 프랑스 극단과 공동 창작 공연을 올렸다.

(왼쪽부터)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 테너 강요셉, 발레리노 김기민/ 사진제공=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아트앤아티스트, 마린스키발레단

◇ 조성진은 시작일 뿐…해외 콩쿠르서 빛난 한국인들

클래식 음악계를 들썩인 쇼팽콩쿠르 우승자 조성진은 시작에 불과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해외 무대에서 활약한 국내 예술가들의 반가운 소식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왔다.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은 4월 덴마크서 열린 칼 닐센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우승했고, 피아니스트 한지호는 세계 3대 콩쿠르 중 하나로 꼽히는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4위에 올랐다.

바이올린, 피아노 부문으로 나눠 수상하는 일본 센다이 콩쿠르에선 장유진, 김현정이 각각 석권했다. 테너 강요셉은 동양인 최초로 '오스트리아 음악극장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무용계에서도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수석무용수인 발레리노 김기민은 지난달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으로 통하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 남성무용수상을 수상했다. 한국 무용수로는 최초다. 국립발레단 김희선은 '헬싱키 발레콩쿠르' 여자 시니어 부문에서 한국인으로는 첫 우승을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