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좀비기업' 3278개…조선·해운업 5년간 2배 증가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 조선소 전경. /사진제공=뉴스1

경기침체가 길어지면서 존폐기로에 놓인 기업들이 늘고 있다. 누적된 영업손실로 대출로 연명하는 ‘좀비기업’이 3000곳이 넘는다. 특히 구조조정이 한창인 조선·해운업종에서는 이런 기업들이 5년간 2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 한계기업 3278개, 조선·해운·철강업서 속출= 30일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2016년 6월)에 따르면 외부감사 대상 기업 중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율)이 3년 연속 100% 미만인 한계기업은 2014년말 3239개에서 지난해말 3278개로 39곳 증가했다.

자동차를 제외한 대부분의 업종에서 한계기업 비중이 증가했다.

해운업 한계기업 비중은 지난해말 기준 18.6%로 2010년과 비교해 9.8%포인트 상승했다. 조선업과 철강업도 한계기업 비중이 각각 14.7%, 12.3%로 같은 기간 8.5%포인트, 7.7%포인트 높아졌다.

한계기업들은 영업이익률이 –6% 내외에서 등락하는 등 만성적인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한계기업 중 부채비율이 300% 이상인 기업은 32.4%, 완전자본잠식 기업 비중은 31.9%로 집계됐다.

외감대상 기업 중 10년간 2차례 이상 한계기업을 경험했던 ‘만성적 한계기업’ 비중은 2010년말 7.8%에서 지난해말 11.2%로 높아졌다. 한계기업 중 만성적 한계기업 비중은 같은 기간 68.6%에서 75.5%로 상승했다.


한계기업에 대한 은행의 신용공여액은 2015년 6월말 기준 118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조선·해운·건설·철강·석유화학 등 5개 취약업종에 대한 특수은행 대출액은 51조2000억원으로 일반은행(19조2000억원)의 2.7배에 달했다.

조정환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영업환경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한계기업 재무구조 안정성이 더 취약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한계기업에 대한 상시적이고 선제적인 구조조정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들은 부실한 건전성 관리를 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으로 이자상환이 어렵거나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부실우려기업 대출의 57~88%를 정상으로 분류했다.

특수은행이 시중은행보다 부실채권비율이 더 높았다. 특수은행이 조선업을 비롯한 기타운송장비제조업에 보유한 부실채권 비중은 13.5%로 다른업종의 2~3배에 달했다. 그동안 정상으로 분류된 부실채권까지 포함될 경우 이 비중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 가계 빚, 소득증가율 2.8배= 가계부채도 소득 증가율을 크게 웃돌며 소비를 제약하고 있다. 가계부채 총액은 올해 1분기말 1223조7000원으로 1년 만에 11.4%(125조4000억원)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가처분소득 증가율은 4.1%에 머물렀다. 부채가 소득보다 2.8배 가량 빠르게 늘어난 셈이다.

지난해 4분기 가계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상환지출 비율은 36.9%로 집계됐다. 100만원을 벌었다면 36만9000원은 이자상환에 썼다는 얘기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올해 3월말 기준 145.6%로 6개월 전보다 4.9%포인트 상승했다.

순금융자산이 마이너스(-)인 동시에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DSR)이 40%를 초과하는 한계가구는 34만가구로 전년동기대비 4만가구 증가했다. 가계부실위험지수(HDR)가 100을 초과하는 부실위험가구는 111만가구로 1년 전보다 3만가구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