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여전히 대책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한숨'

머니투데이

이재윤 기자

지난 1일 오후 서울아산병원 환경보건센터에서 제2회 심포지엄 '환경과 건강영향-폐질환'이 열렸다. 사진은 홍상범 아산병원 교수가 발표를 마치고 질문을 받고 있는 모습. / 사진 = 이재윤 기자

"여전히 피해자들에 대한 현실적인 대책은 미흡한 상황입니다. 정부와 전문가들이 여러 논의 해 주셔서 다소 좋아지긴 했지만, 크게 달라진 건 없습니다"(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가족 다민 아빠)

지난 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 환경보건센터 주최로 열린 제2회 '환경과 건강영향-폐질환' 심포지엄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현실적인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5년 전 두 살배기 아이를 잃은 다민 아빠와 임성준군(13) 어머니 등 피해자들은 심포지엄에서 다소 실망한 표정이 역력했다. 만성 폐 질환으로 산소통을 착용 중인 임군은 특유의 밝은 표정을 보이며 대조적인 분위기를 만들었다.

피해자들은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호소했으나, 이렇다 할 대책이 없고 진단 병원도 한 곳(아산병원) 밖에 지정돼 있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추적진료과정에서도 일반 외래진료 환자와 같은 절차로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민 아빠는 "처음보다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피해자가 요구하는 수준의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며 "전문가의 논의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현실적인 대안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심포지엄에 참가한 전문가들도 현실적 대안 부족에 대해 꼬집었다. 이날 심포지엄을 주최한 환경보건센터장 홍수종 교수는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여전히 눈감고 코끼리를 만지는 수준"이라며 "앞으로 피해자들의 지원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해야 하는 게 가장 문제"라고 말했다.

정운선 경북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개인의 잘못보다는 시스템 개선을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피해자뿐 아니라 언론 등을 통해 사건을 접한 국민들에 대한 조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연단에서 오간 '피해자에 대한 지원책과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점.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최초로 보고된 것은 2011년 4월. 벌써 5년이 훌쩍 지났다. 2012년 보건당국이 실태조사에 착수한 이후로 생각해도 3년이 훌쩍 지났다. 피해자들은 5년째 같은, 원론적인 말만 듣고 있단 얘기다. "현실적인 대책이 부족하다"는 다민 아빠의 한숨이 십분 이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