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줄로 마음을 잡아라…광고에서 만나는 우리말의 맛과 멋

최초의 전면 광고인 ‘영국산 소다’ 광고가 실린 1899년 11월 14일자 '황성신문'(왼쪽)과 1930년대 유한양행의 '네오톤 토닉' 의약품 광고 /사진제공=국립한글박물관

때론 긴 설명보다 한 줄의 문장이 강력한 힘을 갖는 때가 있다. 간결한 문장으로 정보를 전달하면서 동시에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는 광고에선 더욱 그렇다. 세계적인 광고인 데이비드 오길비는 "1달러 중 80센트는 헤드라인을 쓰는 데 써라"라고 했을 만큼 광고 언어의 힘을 강조했다.

130여년의 역사를 지닌 한국 광고 속 언어는 어떤 모습일까. 우리 말과 글의 관점에서 광고를 바라본 전시회 '광고 언어의 힘, 보는 순간 당신은 이미 사로잡혔다' 기획특별전이 28일 국립한글박물관에서 막을 올린다.


광고에 담긴 시대상과 사회문제, 예술적인 표현 등을 다루던 전시는 있었지만 광고에 쓰인 우리 말과 글의 역사를 다룬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국립한글박물관은 신문·영상·도면 등 광고자료 357점, 시대별로 대표적인 광고문구 238점 등을 모아 선보인다.

고 김진평의 광고 한글 디자인 도면 /사진제공=국립한글박물관

전시회는 4부로 구성됐다. 1부 '광고를 읽는 새로운 시각, 광고언어'에서는 개화기부터 1945년까지 주요 광고를 통해 광고 언어의 발달 과정을 살펴본다. 한국 최초의 상업 광고가 실린 '한성주보'(1886년), 최초의 전면광고인 '영국산 소다' 광고가 실린 '황성신문'(1899년) 등 개화기 신문 광고부터 유한양행의 '네오톤 토닉' 의약품광고 등 일제강점기 광고 등을 만날 수 있다.


2부 '광고 언어의 말맛'에서는 '제품명 반복하기', '제품 특성 드러내기', '소비자 관심 끌기' 등 광고 글쓰기의 다양한 유형을 알려준다. 또 광고 현장에서 직접 활동하는 유명 카피라이터 10인이 추천하는 카피를 소개한다.

언어의 '맛'을 곱씹어봤다면 3부에선 광고에 쓰인 글의 '멋'을 만날 수 있다. 1950년부터 현재까지 제품 광고에서 글자가 어떤 모양으로 표현됐는지 다양한 사례를 전시한다. 특히 시기별 대표 제품의 광고 글자 표현을 통해 당대의 소비 성향, 생활 유형 등도 엿볼 수 있다. 또 광고 글자 표현의 선구적인 디자이너로 꼽히는 고 김진평 디자이너의 한글 도면 60점과 글자에 표정을 입히는 '레터링' 작가 10인의 작품을 함께 소개한다.

4부 '광고 언어, 우리들의 자화상'에서는 광고 언어를 통해 우리 삶의 중심인 가족의 모습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그 시대상을 담았다. 인구수의 변화에 따라 출산을 제한했던 1960년대에서 출산을 장려하는 2010년대까지 사회와 함께 변한 광고언어의 흐름을 한눈에 만나볼 수 있다.

1960년대 시대상을 담은 대한가족계획협회의 광고 포스터/ 사진제공=국립한글박물관

다음 달 10일부터 31일까지 매주 수요일에는 전시회와 연계한 교육프로그램도 열린다. 전시 주제와 연계된 김정우 한성대 교수의 '광고·언어·광고 언어'를 시작으로 한명수 '배달의민족' 이사, 정철 카피라이터, 박선미 대홍기획 크리에이티브솔루션본부 본부장의 강의가 이어진다.

김철민 관장은 "130년 전 최초의 상업적 광고가 나온 이후 한글 표현과 디자인의 멋스러움이 광고에 어떻게 녹아들었는지 보여주는 최초의 전시"라며 "광고 언어에 담긴 한글의 사용과 흐름을 보여준다"고 전시를 소개했다.

박물관 측은 "광고 언어의 관점에서 광고는 '보는 것'을 넘어 '읽는 것'이 되고 당대의 사회문화를 읽어낼 수 있는 창이 된다"며 "이번에 소개된 콘텐츠는 디지털 미디어 시대를 이끌 한국 광고 언어의 새로운 방향과 가치를 찾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