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헤지펀드 전성시대, 더 큰 꿈을 꿔라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헤지펀드 운용이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전환되면서 진입 문턱이 한층 낮아졌다. 6월 말 기준으로 투자자문사 등 총 51개 헤지펀드운용사가 등록을 한 상태이고 총 설정규모는 7월 현재 5조4000억원에 달하고 있어 한국 자산운용시장은 그야말로 헤지펀드 전성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그 동안 한국 자산운용시장의 우수한 인력들은 비교지수의 성과만을 의식해야 하는 국내주식형 펀드 위주의 상대 수익형 분야에 몰려왔었고 해외 자산운용사에 위탁운용을 하거나 해외상품을 단순히 국내에 소개하는 형식이 대부분이었던 해외주식형 펀드에서는 해외 자산운용 역량을 기르는 데에 한계가 있었다.


대형 자산운용사들을 필두로 자산배분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지도 족히 10년이 넘는데 자산배분 상품들은 저금리상황과 맞물려 최근에서야 투자자들의 관심이 조금 일기 시작했다.

공모펀드의 운용규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이 한층 활발해지고는 있지만 오랫동안 열거된 투자대상만을 허용해 왔었던 규제의 부작용으로 공모펀드 시장은 동네에서 달리기를 좀 한다는 아이가 올림픽 육상경기에 참가하게 된 상황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한국형 헤지펀드 산업이 불과 5년 만에 이토록 빠른 성장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2011년 우리나라 최초의 한국형 헤지펀드 개발에 참여했던 필자로서도 기대 이상의 성과이다.


한편 향후 한국형 헤지펀드가 금융시장의 큰 축으로 자리잡고 국가경제에 순기능을 충실하게 발휘할 수 있기를 위해서 더 많은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들도 있다.

우선 '한국형' 이라는 수식어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 금융제도와 현실에 적합한 헤지펀드 제도를 도입하려 한 것이다 보니 글로벌 표준으로부터는 멀어지게 되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우리만의 방식도 나쁘지 않지만 수년간 좋은 성과를 내어왔던 펀드들의 트랙레코드(운용성과)가 쓸모 없어진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될 것이다. 이제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신생산업이지만 향후 한국의 헤지펀드들을 해외로 수출하는 것까지도 염두에 두고 외국 투자자들이 인정할 수 있는 회계, 성과평가, 운용프로세스 및 리스크 관리 기준에 부합하도록 정비가 필요할 것이다.

다음으로 한국형 헤지펀드 판매, 평가 및 컨설팅 등의 연관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아직까지도 시장조사와 헤지펀드 매니저들 연락처 목록을 만들기 위해 일일이 명함을 수집하러 다녀야 하고 어느 홈페이지 하나 일목요연하게 구축되어 있는 곳을 발견하지 못했다. 가입제한 투자자의 범위가 늘어나고 투자자들의 관심이 꽤나 커져 있는데도 투자자들은 기존의 공모펀드 판매기능에서 더 나아가지 못한 판매경로에 모든 투자의사결정을 의존해야 하는 실정이다.

마지막으로는 관련산업에 종사하는 인력의 체계적인 양성과 보호에 관한 것이다.
금융투자협회 등 교육기관의 지식교육 활동은 잘 이루어지고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헤지펀드 운용업에 종사하는 인력들에게도 직업의 안정성을 제고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을 제공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불과 5년 사이에 이미 헤지펀드 운용인가를 포기하는 운용사가 있는가 하면 운용능력과는 무관하게 마케팅 등 비즈니스적 소질이 없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운용사들도 눈에 띄고 있다. 실력이 없어 반드시 퇴출되어야 할 매니저도 있을 수 있지만 아직까지는 운용역량을 증명 할 수 있는 제대로 된 기회도 한 번 얻지 못하고 기존 펀드를 손에서 놓게 되는 사례도 많다. 많지 않은 인력들만이 참가하고 있는 경기이다 보니 한 번의 실기(失期)로 전도 유망한 우수한 인력들에게 낙인이 새겨지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게 된다.

그러나 이를 개인책임으로만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잠재력이 매우 큰 우수한 인력들을 맞을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잃게 된다. 일정부분 사회책임 또는 업계의 공통부담으로 인식하고 관련산업 종사자들의 재취업 지원 등 사회안전망이 구축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에 대해서도 고심하기 시작할 때이다. 황량한 땅을 개척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헤지펀드 매니저 선배, 후배, 동료들의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