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정치자유 보장' 위해 '선거운동' 의미 엄격해석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권 시장이 26일 오후 대전 시청 기자회견장에서 공직자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16.8.26/뉴스1 © News1 주기철 기자

대법원은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로 기소된 권선택 대전시장(61) 사건 선고를 통해 '선거운동'의 의미를 엄격히 해석해야 한다는 원칙을 선언하며 구체적 판단기준을 제시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26일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로 기소된 권 시장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일부무죄 취지로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권 시장이 설립한 대전미래연구포럼이 공직선거법에서 금지된 '유사기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포럼활동 역시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공직선거법은 선거운동을 '당선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하기 위한 행위'라고 일반적이고 추상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선거운동의 개념이 모호하거나 지나치게 넓게 해석될 경우 금지행위와 허용행위의 구별이 쉽지 않고 일반적 정치활동도 사전선거운동 명목으로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법원은 "대의민주주의 체제에서 선거는 공직자를 선출하고 심판함으로써 국민주권을 실현하고 책임정치를 강화하는 것"이라며 "선거인이 공직자를 선출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알 수 있도록 정치인과 선거인의 소통과 접촉의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치 신인의 경우 공직에 있는 정치인에 비해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적다"며 "출발선을 동일하게 하는 등 실질적 기회균등을 위해 평소 정치적 기반을 다지는 행위가 폭넓게 허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지금까지 '특정선거에서 특정후보자의 당선 또는 낙선을 위하여 필요하고도 유리한 모든 행위로서 당선 또는 낙선을 도모한다는 목적의사가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능동적·계획적인 행위'라고 선거운동을 정의내려왔다.

이날 선고에서는 종래 대법원 정의에 대한 구체적 판단기준을 제시했다.

대법원은 특정선거에서 특정인의 당락을 도모하는 목적의사가 없다면 인지도를 높이려는 목적으로 하는 정치활동이나 단체활동은 선거운동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또 Δ외부에 표시된 행위를 대상으로 선거인의 관점에서 행위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에 기초해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하고 Δ선거일로부터 멀리 떨어진 행위라면 선거와의 관련성을 추측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목적의사를 표시했다고 인정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선거인이 '선거에서 당락을 도모하는 행위'임을 명백히 인식할 수 있는 객관적 사정이 있어야 한다는 점도 명시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로 정치신인이나 공직에 있지 않은 정치인들도 인지도 제고 활동을 폭넓게 펼칠 수 있어 실질적으로 균등한 기회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이번 판결로 허용되는 정치활동의 범위가 넓어지더라도 금권선거, 부정선거 등은 사전선거운동죄가 아닌 개별적 금지·처벌규정으로 단속이 가능하다는 게 대법원 측 설명이다.

대법원은 이번 판단을 위해 지난 6월 공개변론을 열고 정치학자, 법학자 등 각계 의견을 듣기도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규제 방향은 정치활동 자체를 제한하는 방식이 아니라 선거비용이나 정치자금을 합리적으로 통제하는 방법이어야 한다"며 "50년 간 이어온 규제중심 선거문화에서 벗어나 선진적 정치문화의 시금석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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