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법정관리 임박…은행권 영향은 미미

채권단이 한진해운 (12원 ▼26 -68.4%)의 자율협약(채권은행 공동관리) 연장을 거부할 것으로 보여 한진해운의 기업회생(법정관리) 신청이 조만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은행권은 한진해운에 약 1조원의 신용을 내 줬으나 이미 전액 충당금을 쌓아둬 한진해운 법정관리 신청으로 받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진해운 채권단은 30일까지 한진해운에 신규자금을 지원 및 자율협약 연장 여부를 결정한다. 산은 등 6개은행으로 구성된 채권단은 지난 5월 4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4개월 간 한진해운의 채무상환을 미뤄주고 금리를 낮춰주는 자율협약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결국 한진해운이 내년까지 필요한 부족자금을 스스로 마련하지 못하면서, 은행권의 자율협약 연장은 어렵게 됐다. 지난 26일 한진해운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자율협약 연장을 위해 채권은행 측에서 최소 6000억원의 신규자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회계법인의 실사 결과를 발표했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준하는 자율협약에 들어간 기업은 통상 4개월 내 채권단에 납득할 수 있는 자구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한진해운은 이 기한이 다 찰 동안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산은은 내년까지 한진해운의 부족자금 규모가 최소 1조원인 반면, 자구안 규모는 4000억원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한진그룹 측이 제시한 자구안 규모는 5600억원이었으나 이 중 1600억원은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이다.

총 은행 신용공여액 1조원 중 70%에 가까운 신용을 내 준 산은이 신규자금 지원 불가 원칙을 고수해온 터라 한진해운이 더이상 은행권의 지원을 받긴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 16일 기자들과 만나 "한진해운에 신규자금 지원이 없다는 원칙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자율협약 연장 여부는 채권액 기준 75% 이상의 채권단이 동의해야 한다. 하지만 산은 뿐 아니라 시중은행들도 조선·해운 기업 지원에 가급적 발을 빼려 하고 있어 자금지원에 나설 은행은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은행권이 1조원 대 채무 상환유예를 중단하면 한진해운에 상환이행 요구가 물밀듯 밀려오고, 한진해운으로선 모든 채무·채권이 동결되는 법정관리 밖에 선택지가 없어진다.

다만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해도 은행들이 받을 영향은 미미할 전망이다. 산은이 이미 1분기 중 한진해운 여신 전액에 충당금을 쌓았고, 다른 시중은행들도 대부분의 여신에 충당금을 적립했기 때문이다. 수출입은행이 한진해운 빌려준 돈도 담보가 있는 선박금융이다.

한편 한진해운의 총 부채는 약 5조6000억원. 이 중 협약채권으로 분류되는 은행권 대출이 약 1조원, 은행 보유 회사채 등이 약 6000억원이며 비협약채권으로 분류되는 공모채, 사모채, 선박금융 등은 약 4조원 규모로 파악된다.